박근혜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내놓은 유일한 대북 제안은 설을 계기로 남북 이산가족상봉 행사를 재개하자는 것이다. 통일부도 이날 오후 즉각 북측에 10일 상봉 행사를 논의할 적십자 실무접촉을 갖자는 전통문을 발송했다.
박 대통령의 이산가족 상봉 제의는 다목적 포석을 담고 있다. 우선 이 행사가 정부가 강조하는 '인도주의' 사안이란 점이 크게 반영됐다. 박 대통령은 "연로하신 이산가족들이 상봉을 통해 마음의 상처가 치유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더불어 상봉 행사가 경색된 남북관계의 물꼬를 틀 수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박 대통령도 "이산상봉으로 첫 단추를 잘 풀어 남북관계에 새로운 대화의 틀을 만들기를 희망한다"고 언급했다.
정부는 이산상봉 행사와 남북관계 개선을 촉구한 북한의 신년사는 별개라는 입장이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의 유화공세에 호응한 첫 조치라 할 수 있다. 통일부가 실무접촉 장소로 북측 지역인 통일각을 제시한 것도 행사 재개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북한이 일단 대화 테이블에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대화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해 준 만큼 북측이 굳이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양측이 합의할 경우 행사 개최는 설 직후인 내달 초ㆍ중순이면 가능하다. 북측이 지난해 9월 추석맞이 이산상봉 행사를 연기한 전례가 있는 만큼 생사 확인과 명단 교환에 드는 시간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이다.
문제는 상봉의 성격이다. 북측이 추석 상봉행사를 불과 나흘 앞두고 돌연 무산시킨 것은 이산상봉을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와 연계하자는 주장을 우리 정부가 끝까지 받아들이지 않아서다. 정부는 이 입장에 변화가 없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두 사안은 별개로 추진할 계획"이라며 '선(先)이산상봉, 후(後) 금강산관광 재개' 방침을 분명히 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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