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정운영의 핵심과제로 '한반도 통일시대의 기반 구축'을 제안했다. 박 대통령이 통일 준비를 언급한 것은 지난 1년간 새 정부의 남북관계 및 대북정책에 대한 틀을 완성했고, 또 내년 분단 70년을 맞아 집권 2년차가 '박근혜식 통일담론'을 시작할 적기라고 판단한 때문으로 보인다.
사실 이날 박 대통령이 밝힌 통일 구상은 정부의 대북정책 골격인 '한반도신뢰프로세스'의 범주 안에 들어 있다. 구체적 통일기반 구축 조치는 크게 3가지다. ▦한반도 평화 정착 ▦대북 인도적 지원 강화 및 남북 주민간 동질성 회복 ▦국제협력을 통한 통일 공감대 확산이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신뢰프로세스와 대북정책의 실천프로세스인 '제2차 남북관계발전 기본계획'의 첫 머리에 명시된 기본 목표다. 인도적 지원이나 국제협력도 낮은 단계의 호혜협력을 표방한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제에 포함돼 있다.
이런 조치들은 모두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한다. 박 대통령은 북핵 문제를 "통일시대를 준비하는데 핵심적 장벽"으로 규정하는 등 핵 개발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지난해 3차 핵실험으로 핵능력을 증강시키는 등 북핵을 둘러싼 여건이 변하지 않았다는 인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과의 정상회담도 같은 맥락에서 언급했다. "북한 지도자와 언제든지 만날 수 있지만 회담을 위한 회담은 안 된다" "남북관계 개선을 말한 북한의 신년사 자체는 환영하나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고 진정성"이라며 북한의 선제적 비핵화 조치를 정상간 만남의 핵심 조건으로 내세웠다.
때문에 박 대통령은 내재적인 실천과제, 즉 우리 사회 내 '통일 담론'을 확산시키는 작업에서부터 해법의 실마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박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란 표현까지 써가며 그 경제적 파급효과를 부각시킨 것도, 통일 논의의 최대 걸림돌로 거론되는 통일비용에 대한 국민 불안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내외 전문기관에 따르면 '단일 체제로의 즉각 합병'부터 '점진적 합병'까지 그 속도와 수준에 따라 통일 비용 추정치는 최소 400억달러에서 최대 2조5,000억달러까지 천차만별이다. 동ㆍ서독 마르크화를 1대1로 교환한 독일 사례를 본받으면 그 규모가 통독 비용의 절반에 육박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통일부 당국자는 "국민이 '통일은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란 인식을 가지려면 정부가 먼저 '통일은 경제적 손실이 아닌 혜택'이라는 점을 집중 홍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통일 담론을 재정립하는 일은 이미 정부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은 지난해부터 부쩍 "통일 논의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류 장관은 올해 통일부의 주요 업무를 설명하며 "우리 사회에서 거의 혼수상태에 빠진 통일 담론을 끌어 올려야겠다"고 했고, "필요하다면 통일이란 말도 쓰지 말아야 한다"고도 했다. 다른 정부 당국자는 "북핵 해결이라는 확고한 목표가 있는 만큼 당장 남북관계의 선순환 구도를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정부가 국제사회를 활용한 통일 분위기 조성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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