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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성장엔진 UP!] 네덜란드에선 SOC사업 초안 단계부터 시민들 참여 의무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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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성장엔진 UP!] 네덜란드에선 SOC사업 초안 단계부터 시민들 참여 의무화

입력
2014.01.0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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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관리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않은 우리나라와 달리 선진국은 국민들의 참여와 의견수렴을 제도로 보장하고 있다. 네덜란드의 국민참여제도 PKB(Key Planning Decision(영문명))와 프랑스의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가 대표적이다. 이 기구들은 충분한 기간을 두고 토론과 타협을 거쳐 의견을 조율해 이를 정책 형성과정에 반영시켜 갈등을 최소화 한다. 지난해 우리 정부가 일방적으로 행복주택 시행을 발표해 갈등을 빚은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박태순 사회갈등연구소장은 "우리나라는 정책이나 사업이 결정된 상황에서 공청회 등을 진행하기 때문에 의견수렴 과정이 요식행위에 불과하지만,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정책 집행이 아니라 정책을 만들 때부터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 사전 조율한다"고 말했다.

34년 걸린 네덜란드 남부고속철 사업

암스테르담에서 로테르담을 연결, 벨기에와 프랑스 파리까지 접근할 수 있는 네덜란드의 남부고속철도(HSL-Zuidㆍ총 연장 125㎞)는 1973년 사업이 처음 거론된 지 무려 34년만인 2007년 완공(개통은 2009년)됐다.

네덜란드 정부는 73년 처음 구상한 HSL-Zuid를 1970~ 80년대 유럽에 확산된 환경운동 등을 감안해 잠정 보류하거나 내부적으로 검토만 하다가 89년쯤 노동당이 기독교민주당과 연정합의를 할 때 공식적으로 추진했다. 그러나 사업은 또 다시 반발을 불러왔다. 원시림 보존지구인 후른하트 지역을 통과하는 계획안에 반대하는 의견이 제기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91년부터 다양한 의견 청취과정과 논의를 거쳤고, 97년 최종적으로 통과구간 전체(10㎞)를 지하화 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논의과정만 6년이란 오랜 시간이 걸린 건 사업 계획을 세울 때부터 국민의 참여를 의무화한 국민참여제도 PKB 때문이다. 네덜란드는 국가의 도로사업, 토지이용, 주택건설 등과 같이 공간계획에 관한 주요결정을 내릴 때 PKB를 통한 보고서를 작성해 의회에 제출하고 사업에 활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PKB는 모두 4단계를 통해 이뤄진다. 먼저 내각이 사업 초안을 공표하면 12주간 시민참여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그 후 또 12주 동안 지방자치단체와 수자원국 등 관련기관의 조사와 자문이 이어진다. 조사와 자문 내용을 종합한 뒤 이를 바탕으로 초안을 수정해 계획안을 만들고, 조사가 끝난 시점으로부터 9개월 내에 하원에 제출한다. 만일 수정안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상원도 이의를 제의하지 않으면 PKB는 자동 승인된다. 이 최종사업안은 다시 국민에게 공개되고, 법원을 통해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정부가 반영여부를 결정한다. 고속철도인 HSL-Zuid의 경우 별도로 국민의견 수렴 절차를 규정한 도로법의 적용을 받아 2년 더 늦춰지기도 했다. 하지만 늦더라도 지속적으로 의견을 수렴해 상호 타협하는 과정이 고속철도 건설사업의 성공을 가능하게 했다.

프랑스 국가공공토론위원회(CNDP)

프랑스도 1970년대부터 녹색당 생태운동연합 등 환경운동이 활발해지면서 종전의 개발 패러다임에 근거한 대규모 국책사업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도로 항만 등 사회기반시설의 경우 정부사업이 이해당사자들과의 갈등으로 표류하는 현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특히 고속철도 지중해선(TGV-Mediterranee) 건설사업은 5년간 건설부 장관 4명이 사임할 정도로 사회ㆍ정치적으로 큰 갈등을 낳았고, 남부 르와르 지방 재개발사업도 11개의 보(洑) 건설계획 중 3개의 건설계획 철회되고, 이미 건설된 보 2곳마저 해체하게 되자 대규모 국가 개발사업에 공공참여의 필요성이 높아졌다. 이것이 프랑스 CNDP 설립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95년 관련법이 제정돼 97년 설립된 독립행정기관인 CNDP는 중요국책사업의 정책 형성 과정을 관장한다. 새로운 원자력 발전시설 설치, 사업비 3억 유로 초과 도로건설, 총 연장 40㎞ 초과 철도건설, 사업비 1억유로 초과 비행장 인프라 건설 또는 확장사업, 전압 400㎸ 이상 총연장 10㎞ 초과 전력선 설치사업, 직경 500㎜이상 총연장 200㎞ 초과 송유관 건설 등 국민과 사회에 큰 영향을 주는 국가사업은 의무적으로 CNDP의 토론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일정규모 이상의 개인사업도 공공토론을 신청할 수 있고, CNDP는 토론 진행 여부를 결정한다.

공공토론이 결정되면 CNDP는 객관적인 토론진행을 담당하는 특별위원회(CPDP)를 구성하고, 사업계획서를 받아 토론을 진행한다. 토론은 4개월 내 완료하되, 전문가 자문이 필요할 경우 2개월 연장이 가능하다. CNDP가 토론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면 이를 바탕으로 CNDP 위원장은 종합평가 보고서를 작성해 공개 발표하거나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사업자는 3개월 이내에 토론결과를 반영해 사업추진 원칙과 변경사항을 문서로 작성해 발표한다.

이렇게 도출된 공공토론의 결과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사업진행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CNDP 자료에 따르면 2009년까지 회부된 88개 사업 중 41개 사업에 대한 공공토론이 실시됐다. 그 중 2003~2008년 공공토론이 이뤄진 37개 사업의 토론 결과를 보면 토론을 통해 제시된 대안 선택 15건, 사업내용 수정 11건, 원안 그대로 추진 7건, 사업 취소 4건으로 사업 계획이 변경되거나 취소된 경우가 81.1%에 이른다.

박민식기자 bemyself@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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