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6일 신년기자회견에서는 지난 대선 당시 핵심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나 국민대통합에 대한 언급이 한 마디도 없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발표한 신년구상에서 24차례나 언급한 '경제'라는 단어는 경제활성화 및 경제살리기의 의미로 사용됐고 대통합 문제는 거론도 하지 않아 대선공약이라는 사실을 무색케 했다.
경제민주화는 박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전후로 강조해 온 국정지표의 하나였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뒷날인 12월20일 여의도 새누리당사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를 국정의 주요기조로 앞세우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당시 박 당선인은 "우리 사회에서 소외되는 분 없이 경제성장 과실을 함께 나눌 수 있도록 하겠다"며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국민 대통합이고 경제민주화이고 국민 행복"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대선공약에서는 경제민주화를 국민통합 및 정치쇄신, 중산층 재건 등과 함께 '4대 국정지표'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은 신년구상을 비롯한 기자회견에서 경제민주화 대신 경제활성화에 방점을 찍었다. 특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목표로 국민소득 4만달러 및 고용률 70%, 잠재성장률 4%를 제시하면서 국정운영의 중심축이 경제살리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더구나 박 대통령은 경제민주화에서 경제활성화로 국정 목표를 재설정한 과정에 대한 설명도 일언반구 없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후보시절 이야기 했던 경제민주화도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자리 창출과 공기업 개혁, 규제완화 등 경제 살리기는 국민적 동의도 필요하고 야당의 협조도 필요한데 그런 언급이 없는 게 아쉽다"고 말했다.
국가정보원 등 국가기관의 대선개입 의혹을 둘러싼 국론분열이 아직 치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대통합을 뒷전으로 밀어낸 것도 박 대통령의 공약 실천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요구한 특검 도입, 정치복원, 경제민주화 실천, 5ㆍ24조치 완화 등 7가지 요구는 거의 다 무시하다시피 했다. 이러다 보니 야권에서는 "집권 2년 차에도 국정을 일방통행으로 몰아붙이겠다는 선전포고"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마찬가지로 자신의 대선공약의 하나였던 기초선거 공천폐지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일절 언급을 피했다. 이 밖에 특검 및 개헌, 개각 등 정치 현안에는 "다른 생각을 말고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리는 데 올인하자"는 식으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해 "정치 현안에 재갈을 물린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허경주기자 fairyhk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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