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표정은 다소 상기돼 있었다. 지난해 2월 취임 이후 첫 기자회견이고, 신년 구상을 밝히는 중요한 자리였던 만큼 긴장도 없지 않았던 듯 했다.
6일 오전 10시 청와대 춘추관 2층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낸 박 대통령은 중요한 정치 일정마다 그랬던 것처럼, 치마 대신 바지 정장 차림이었다. 대통령이 서게 될 연단 뒷배경(어두운 청색)을 고려한 때문일까. 상의는 청색과 어우러지면 더욱 선명하게 보이는 분홍색 재킷이었다.
80분간 진행된 '2014년 기자회견'은 박 대통령이 미리 준비한 회견문을 읽는 것으로 시작했다. 17분 동안 읽어 내려간 5,400여자 새해 구상에서 가장 많이 등장한 단어는 '경제'. "올해는 국민이 더 행복하도록 하겠다"며 24차례나 '경제'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2월 취임사에서도 '경제'(19회)를 '국민'(57회)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사용했었다.
'투자'와 '개혁'도 각각 7회씩 거론됐다. 투자 확대는 박 대통령이 이날 밝힌 '경제 혁신 3개년 계획'중 미래 대비와 내수 활성화를 위한 핵심 조건으로 제시됐고, 공공 부문의 개혁은 '비정상화의 정상화'를 위해 먼저 시작하겠다고 천명한 과제다. '변화'와 '혁신','도약'(이상 각 5회), '행복'(4회), '일자리'(3회) 등도 자주 언급됐다. 그러나 지난해 취임사에서 19번 등장했던 '문화'는 1번 쓰이는 데 그쳤고, 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강조했던 '경제 민주화'는 사용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적절한 시점마다 손동작을 사용, 국정과제에 대한 강한 추진 의지를 보여줬다. "통일 시대를 열어가겠다"거나 "입시, 취업, 주거, 보육, 노후 등 5대 불안을 해소하겠다" 등의 대목에서 오른손을 들어 보인 게 대표적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과의 질의 응답은 이후 1시간 가량 이뤄졌다. 대통령은 국정 전 분야에 걸친 13개 질문에 대답하면서 '불통 청와대'라는 지적을 의식한 듯 주요 대목에서 다양한 손동작을 섞는가 하면, "통일은 대박" 같은 친숙한 표현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날 질문자는 진행의 편의를 위해 추첨으로 사전에 결정됐고, 뽑힌 기자들은 대략의 질문 요지를 미리 청와대에 알려줬다. 마지막 순서로 나선 중국 기자의 알아듣기 힘든 사자성어 질문에 박 대통령이 쉽게 대응한 것도 이 때문이다.
예정보다 10분 가량 길어진 이날 회견에는 대통령의 핵심 참모와 각부 장관이 모두 참석했다. 박 대통령 왼편에는 정홍원 국무총리를 비롯한 각 부 장관이, 오른쪽에는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등 청와대 참모진 전원이 배석했다. 진행은 이정현 홍보수석이 맡았는데, 김 실장과 주철기 외교안보수석은 박 대통령이 한반도 안보 분야 관련 답변을 할 때 노트에 냉용을 정리하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회견을 마친 뒤 춘추관을 돌면서 기자 및 청와대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새해 인사를 나눴다. 특히 대선 후보 시절부터 취재해온 한 여기자와는 포옹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박 대통령의 기자실 방문은 취임 이후 이날이 처음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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