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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번째 추기경 누가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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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세번째 추기경 누가 될까

입력
2014.01.06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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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베드로 사도좌 축일(2월 22일) 바티칸에서 열리는 새 추기경 서임식에서 한국의 세 번째 추기경 탄생이 유력해지자 한국 가톨릭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교황청 관행에 따르면 새 추기경 명단은 20일쯤 발표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 가톨릭은 1969년 김수환(1922~2009) 추기경이, 2006년에는 정진석(83) 추기경이 각각 탄생해 복수 추기경 시대를 이어갔으나 김 추기경이 2009년 선종하면서 지금은 정 추기경만 남아있다. 정 추기경도 2012년 6월 은퇴한 뒤 대외 활동을 사실상 중단한 상태이기 때문에 한국 가톨릭에는 또 한 명의 추기경이 절실하다.

지난해 3월 취임한 프란치스코 교황이 한국에 관심과 배려가 담긴 메시지를 잇따라 보내온 것도 기대감을 높인다. 지난해 10월 방한한 교황청 인류복음화성 장관 페르난도 필로니 추기경은 "교황께서 한국인을 사랑하고 한국을 위한 열정이 있음을 전해달라고 하셨다"고 말했다. 음성 꽃동네 설립자 오웅진 신부는 앞서 지난해 8월 교황을 알현한 뒤 "교황이 사제 없이 평신도들이 열정을 갖고 교회를 이룬 나라라면서 한국을 특별히 사랑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한국이 가톨릭 신자가 530만명을 넘고 교황청 재정분담금이 아시아에서 가장 많고 세계에서도 8, 9위에 이른다는 점도 세 번째 추기경 탄생을 기대하게 하는 이유다. 추기경 임명은 전적으로 교황의 권한으로 교황이 명시적으로 의사 표시만 하면 되며 누구의 자문이나 동의 절차가 필요 없다.

한국의 새 추기경 후보로는 서울대교구장인 염수정(71) 대주교와 광주대교구장인 김희중(67) 대주교, 수원교구의 이용훈(63) 주교, 제주교구장 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강우일(69) 주교 등이 꼽힌다.

이 가운데 염수정 대주교의 추기경 서임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고 김수환 추기경과 정진석 추기경도 서울대교구장 재임 중 추기경이 됐다. 서울대교구는 한국 천주교의 맏형 교구로 사제와 신자의 4분의 1 이상이 소속돼 있다. 보수 성향의 염 대주교는 1970년 사제 서품을 받고 본당 신부와 서울대교구 사무처장을 거쳐 2001년 보좌주교, 2002년 총대리 주교, 2012년 서울대교구장에 올랐다. 염 대주교는 지난해 정의구현전국사제단 사제들의 시국 발언에 대해 "가톨릭 교회 교리서는 사제들이 정치ㆍ사회적으로 직접 개입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며 우회 비판한 바 있다.

김희중 대주교는 1975년 사제 서품을 받고 광주가톨릭대 교수와 본당 신부를 거쳐 2003년 보좌주교, 2010년 광주대교구장이 됐다. 김 대주교는 교황청 종교간대화평의회와 그리스도인일치촉진평의회 위원을 오랫동안 지내며 4대강 사업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 등에 반대하는 등 진보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역시 진보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용훈 주교는 1979년 사제 서품을 받은 뒤 82년 본당 신부, 98년 수원가톨릭대 총장, 2003년 보좌주교, 2009년 수원교구장이 됐다. 현재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사회주교위원장 등으로 있으면서 현실 문제에 관여하고 있다.

진보적 평신도 단체인 정의평화민주가톨릭행동추진위원회는 개혁 성향 추기경의 탄생을 희망하는 청원서를 교황청에 보내기로 하고 3일 서명운동에 들어갔다. 이들은 청원서를 통해 "한국의 그리스도인들은 가난한 이들 편에 선 교회 지도자를 더욱 갈망한다"고 밝혔다. 가톨릭 교계 관계자는 "진보적이고 파격적인 행보의 프란치스코 교황이 보수와 진보 가운데 어느 쪽을 한국의 새 추기경으로 선택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현재 교황 선거권을 가진 80세 미만 추기경은 106명이다. 통상 교황 선거권이 있는 80세 미만 추기경 정원이 120명이므로 14명 정도가 이번에 새로 추기경으로 임명될 전망이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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