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색채감이 풍부하다고 할까요, 표현을 잘하는 성격이어서 음악에도 감정을 넣으려 노력해요."
바이올리니스트 박혜윤(22)씨가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를 풍성한 음량과 격정적 감성으로 연주한 뒤 평가한 자신의 연주다. 그는 금호아트홀의 상주음악가 프로그램 올해 대상자로 선정돼 6일 쇼케이스 겸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금호아트홀은 클래식 유망주에게 다양한 무대 기회를 주는 상주음악가 제도를 지난해 도입해 독일 등 유럽에서 주로 활동하던 피아니스트 김다솔씨를 국내에 알렸다. 올해의 상주음악가인 박씨는 9일 신년음악회에서 '사랑'을 주제로 슈만과 프랑크, 사라사테의 바이올린 소나타 등을 들려 주는 등 금년에 다섯 차례 독주회 및 실내악 무대를 갖는다.
4세 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박씨는 2009년 만 17세의 나이로 독일 ARD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우승한 실력파지만 한국에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11세에 미국 신시내티음악원으로 유학을 떠난 박씨는 14세 때 독일 베를린 한스 아이슬러음대에서 안티에 바이타스를 사사했고 2010년부터는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가르침을 받고 있다. 현재 베를린에 거주하는 그는 연주 활동 역시 유럽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한국에는 2002년 금호영재 콘서트와 2011년 '얀 포글러 퀸텟' 멤버로 무대에 선 정도다.
"고국 무대에 목마름이 있었다"는 박씨는 "직접 프로그램까지 짤 수 있는 상주음악가 제도로 한국팬과 만나게 돼 설렌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바이올린을 배우던 외사촌 언니를 통해 바이올린을 접한 박씨는 "바이올린이 내 운명이 아니라고 의심해 본 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한다. "본능적으로 이끌려 시작한 바이올린이었지만 바이타스와 테츨라프 선생님을 통해 음악에 헌신하는 인생을 배웠습니다. 두 분이 제 롤모델이죠." 바이타스와는 9월 르클레르, 프로코피예프, 이자이 등을 연주하는 바이올린 듀오 무대에 함께 설 예정이다.
유럽에서 "한국 음악가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데 그때마다 "정열적인 한국인은 뭐 하나에 빠지면 끝까지 뚝심 있게 해내는 경향이 있다"고 답했다는 박씨는 "나 역시 음악에 대한 사랑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거라 생각하며 슬럼프가 오면 음악 공부에 더 매진한다"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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