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로 뇌사판정을 받은 육군중사가 난치병으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 8명에게 심장 등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나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뇌사판정을 받은 군인은 2006년부터 육군 부사관으로 근무해오던 고(故) 손순현(29ㆍ사진)중사.
6일 유족들에 따르면 손 중사는 나라를 지키고 어려운 집안 형편에도 보탬이 되겠다며 직업군인의 길을 자원한 속 깊은 청년이었다. 서너 번의 낙방 끝에 2006년 부사관 시험에서 1∼2등을 다툴 만큼 우수한 성적으로 합격하는 끈기도 있었다.
그러나 불운이 닥쳤다. 사고는 폭설이 내린 지난달 12일 강원도 속초 부대 앞에서 일어났다. 부대에서 일을 마친 손 중사는 동료 두 명과 함께 퇴근도중 차가 미끄러지며 10m 아래 낭떠러지로 추락했다. 에어백이 터져 일행은 찰과상만 입었지만 손 중사는 차가 추락하면서 바위에 머리를 심하게 다쳤다.
강릉 아산병원으로 옮겨진 손 중사는 뇌사 진단을 받았다. 심장은 여전히 평소와 똑같이 뛰었지만 의식은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가족들은 손 중사가 젊고 주변에서 기적적으로 깨어나는 사람도 있어 희망을 품고 기다렸다. 그러나 이런 가족들의 간절한 소망에도 불구4일 뒤 손 중사의 CT 촬영 결과, 상태가 더 악화됐다. 이때 병원 측에서는 조심스럽게 장기기증을 제안했다.
하지만 가족들은 손 중사의 죽음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아 망설였다. 그때 병실을 지키고 있던 손 중사의 여자친구는 평소 장기기증을 원했다는 고인의 뜻을 전했다. 여자친구를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2011년 어느 날 담담하게 그는 말했다고 한다. "군인이기 때문에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할 수도 있겠지만 장기를 모두 기증하고 싶다. 군인으로서 끝까지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
고민을 거듭하던 가족들도 손 중사 여자친구의 말에 감명을 받고 장기기증에 동의했고 병원 측은 지난달 19일 손 중사의 심장과 양쪽 신장, 췌장, 각막, 간 등이 적출됐다. 손 중사의 장기는 서울 삼성병원 등으로 보내져 총 8명에게 새 삶을 안겨줬다.
유가족 관계자는 "살아서 국가와 국민을 지킨 순현이가 죽어서까지 국민에게 봉사하고 떠나 자랑스럽다"고 밝혔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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