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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간 한센병 환자의 가족' 유의배 신부, 제3회 이태석 봉사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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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 간 한센병 환자의 가족' 유의배 신부, 제3회 이태석 봉사상 수상

입력
2014.01.06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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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산청에 위치한 성심원에는 140 여명의 한센병 환자들과 10명의 지적 장애 아동들이 살고 있다. 1959년 시설이 들어선 이후, 홀로 아픔을 감당하기 힘들었던 수많은 환자들이 이곳을 찾아 몸과 마음의 위안을 얻고 삶을 마감했다. 수도원이 지어졌던 1980년, 파란 눈과 오뚝한 콧날을 가진 37세의 스페인 청년이 주임 신부로 부임했다. 그의 이름은 유리베 알로이시오, 우리말로는 유의배라 불렸다.

33년간 유 신부(69)의 일상은 한결같다. 오전 7시 미사를 가진 뒤 한센병 환자의 생활관을 찾는다.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나눈다. 가끔 옷과 이불 속으로 손이 숨어드는 환자들에겐 농담을 건네 손을 꺼내 잡고 뺨을 맞대면서 얼굴을 비빈다. “잘 잤어요? 오늘도 행복하세요.”

생활관을 나와선 성심원에 머물다 병원으로 옮겨진 중증 환자들을 만나러 경남 진주로 향한다. 병상에 누운 환자에게 다가가 차례로 기도해 주기 위해서다. 1997년부터는 숨을 거둔 한센인들의 염습과 입관 등 모든 장례절차도 도맡아 왔다.

성심원 관계자는 “유 신부는 환우들을 위해 봉사활동을 하는 게 아니라 마치 그들의 가족과 같다”고 말했다. 아픔을 나누고 생일 등 경사의 기쁨을 함께할 뿐 아니라, 운전기사 역할도 마다치 않는다. 환자 자녀들의 고민상담 등 멘토 역할까지 맡고 있다.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는 6일 제3회 이태석봉사상 수상자로 경남 산청 성심원의 유의배 신부를 선정했다. 기념사업회측은 이날 “33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사회적 약자와 사랑을 나눠 온 유 신부의 진정한 인류애를 높이 평가해 이번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이태석봉사상은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에서 가난한 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숨을 거둔 고 이태석 신부를 기리기 위한 상이다. 사회 곳곳에서 묵묵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봉사자를 발굴해 격려, 지원하기 위해 2012년 처음으로 제정됐다. 초대 수상자는 방글라데시 꼬람똘라 병원에서 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박무열 원장, 지난해에는 코트디부아르의 장진호, 전명숙 부부가 수상했다.

유 신부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수상 소식을 들었는데 그저 부끄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유 신부는 26세 때부터 남미 등 해외 여러 곳을 옮겨 다니며 선교 활동을 벌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온 건 1976년. 그는 한센병 환자들을 돌보는 이유를 묻자 “특별한 계기는 없다. 그저 그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함께 행복해진다”고 말했다. 제3회 이태석봉사상 시상식은 13일 오후 5시 부산시청 국제회의장서 열린다.

부산=강성명기자 smk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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