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박근혜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이 있었다. 박 대통령은 그 동안 국무회의나 기업인들과의 만남 등을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피력했지만, 직접 육성을 듣고 싶어하는 국민들의 갈증을 풀어주기에는 부족했다. 그런 맥락에서 박 대통령이 신년구상을 밝히고 이어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 기자회견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내용 면에서도 긍정적인 대목이 적지 않았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3대 추진전략을 제시한 데서 경제회생 의지를 보였고, 개헌과 개각에 대해 "때가 아니다"고 분명히 선을 그어 정치적 불확실성을 없앤 것도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국민통합과 소통의 관점에서는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어제 회견이 취임 후 처음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 그 동안 소통 노력이 부족했음을 보여주는데도, 박 대통령은 통합과 소통보다는 원칙과 돌파에 더 방점을 두는 듯했다. 무엇보다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라든지, 국민 이익에 반하는 주장이라도 적당히 수용하거나 타협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다"는 언급은 적지 않은 우려를 낳게 한다. 다른 의견, 반대 목소리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어두운 그림자마저 엿보인다. 단순한 기계적 만남이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만남이나 정부와 노조의 협상을 뜻한다면, 상황은 심각하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9월 16일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담에서 야당 대표가 국가기관 대선개입에 대한 포괄적 사과를 요구하자 "나는 도움 받은 게 없다"고 대답한 바 있는데, 이런 자세를 정당하다고 보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
철도 파업에 대해서도 "민영화가 아니라고 얘기해도 불법 파업을 했다. 엄정히 대응하겠다"고 말한 것도 설득이나 대화보다는 일사불란한 집행에만 비중을 두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이 코레일의 적자를 더 심화하고, 안전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경쟁체제 도입의 모델이 아니라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인 근거와 논리로 설복시키는 노력 대신 엄벌로만 다스리겠다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다.
더 큰 차원에서 지난 대선 때 국민에 약속했던 경제민주화, 국민대통합, 복지확대 등 3대 공약이 크게 후퇴한 데 대한 설명이 없었던 것도 아쉽다. 3대 공약은 중도세력을 끌어들여 박 대통령의 당선에 크게 기여했다. 이를 축소하거나 수정하게 됐다면 국민들에 그 현실적 이유를 설명하는 게 도리였다. 박 대통령은 억울함을 호소하는 민원의 해결을 소통의 사례로 들었지만, 국민통합과 소통은 권력자의 시혜나 배려가 아니라 반대세력을 설득하고 더불어 가는 공존의 철학임을 인식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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