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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색의 향기/1월 7일] 숭례문이 내 준 숙제

입력
2014.01.06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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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년 이상 갈 수 있는 사찰이나 궁궐을 짓는 뛰어난 목수를 궁목수라고 한다. 천사백 년 전에 지어져 오늘날까지 창건 당시의 아름다움을 지키고 있는 일본 법륭사의 궁목수 가문인 니시오카는 천 년 이상 가는 건물을 지으려면 천 년이 된 노송을 써야 한다고 한다. 천년이 된 나무로 천년은 지탱하도록 만들어야 그 나무에게 면목이 선다는 것이다. 이처럼 나무를 대하는 일은 가치 있는 생명, 진정한 시간에 대한 의미까지 함축하는 일이다.

그런데 우리의 숭례문은 어떠한가. 복원에 사용된 목재가 갈라지면서, 한 그루에 5,000만 원대인 금강송이 아니라 50만 원대인 러시아산 소나무를 썼다는 의혹이 제기되더니 곧 복원작업에 참여한 대목장의 목재회사에 대한 압수수색 보도가 나왔다. 결과를 기다려봐야겠지만 혹시라도 금강송이 아니라면 끔찍한 일이다. 그러나 금강송이 맞더라도 건조가 덜 된 나무를 사용하는 것은 예견된 사단에 눈감는 일이다. 변명으로 숨을 수 없는 일이다.

지난해 11월 27일 문화재청에서 전문가 의견을 듣고 싶다는 요청으로 숭례문 종합점검단 회의에 참석했다. 단청 박락 원인에 대한 의견을 달라고 하여, 현장 점검 후 어떤 재료를 구입하였는지 내역서와 사용하고 남은 재료, 제작일지를 공개해주면 말씀드리겠다고 했지만 답변이 없었다. 점검에 필요한 기본적인 자료도 제공받지 못한 상태에서 무엇을 점검해 달라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었다.

현장에서 육안으로 파악된 것은 아교 및 물감의 농도와 두께 조절 등의 기술적 미흡이 박락의 원인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기술적 문제 이외에 재료 선택과 기법의 설계가 잘못되었다면 그것은 지속적으로 같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그 부분에 대한 확실한 검증이 필요하여 관련 자료를 요청했던 것이었다. 단청 박락의 원인은 복합적일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목재의 건조 상태가 완전하지 않은 경우라면 나무위에 채색된 물감의 박락은 당연한 수순이다.

우리에게 국보란 무엇인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혹자는 이미 타 버린 국보는 복원하였다고 국보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떠올려보면 우리의 숭례문처럼 세계의 문화유산이나 기념비적인 건축물들 가운데 재난으로 그 모습을 잃은 것들은 많다. 원형의 모습으로 복원하기도 하고 부서진 상태 그대로 보존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우리는 국보 1호를 잃은 후 원상 복원의 방법을 선택했다. 남대문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했던 우리의 숭례문을 다시 온전하게 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다.

결국, 복원을 통해 우리가 얻으려 한 것은 '국보의 가치'라고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런 숭례문은 숙제를 내주었다. 잃어버린 것에 대한 안타까움에 발 동동 구르는 우리에게 진정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찾아내라고 하였다. 자신을 내놓을 테니 치목과 단청을 온전히 해보라고 하였다. 결국, 전소된 숭례문이 준 숙제는 우리 전통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하고, 우리의 선조들이 해왔던 기술을 복원하여 전통을 살리라는 것이었다.

제대로 목재를 다루는 것, 단청을 하는 것, 모두 우리의 목조건축기술과 전통채색의 비약적 발전을 이룰 수 있는 토대를 제공하는 것이다.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자료와 기술 축적을 통해 전통문화 복원의 반면교사로 삼으라는 것이었다. 이렇게 5년 안에 후딱 부실공사로 마무리 하라고 기꺼이 자기 몸을 내주었던 것이 아니다. 결국 우리는 아직까지 숭례문이 내 준 숙제를 풀지 못한 것이다.

숭례문 복원과정에 있어서 애초에 시간에 쫓겨 제대로 적용하지 못했던 우리의 전통재료 및 기법에 관한 연구는 계속돼야 한다. 동시에 현재의 칙칙한 단청 색을 벗어나도록 색채 계획도 수정돼야 한다.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야 한다. 그리하여 시간이 걸리더라도 숭례문이 내 준 숙제를 제대로 꼼꼼하게 짚어가야 한다. 전소된 숭례문의 숙제를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잊지 말고 해내야 한다.

안진의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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