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시작되자 마자 정치권에서는 지방선거가 초미의 관심이다. 올해는 1995년 첫 동시지방선거 이후 여섯 번째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지방선거는 흔히 여당의 무덤이라 한다. 정권 출범 이후 중간평가의 의미가 주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998년 2회 지방선거는 예외였다. 김대중 정권 출범 이후 불과 3개월 남짓 후에 치러진 선거이기 때문에 정권견제론이 작동되기 어려운 구도였다. 이른바 후광효과가 힘을 발휘한 선거였다. 김대중 정권때의 지방선거를 제외하곤 예외없이 여당이 패배했다.
이번 지방선거는 어떨까.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민주당의 두 배 이상이고, 가상정당인 안철수 신당도 변수이다. 그러나 건국과 5ㆍ16 쿠데타, 한국전쟁의 격동기를 대상으로 했더라도 헨더슨이 말하는 소용돌이와 혼돈의 정치는 한국정치를 관통하는 하나의 키워드다. 따라서 예단은 아직 금물이다. 선거구도가 어떻게 형성되느냐가 선거 승패의 가장 중요한 변수라는 사실은 선거공학의 기본이다. 이른바 정권안정론과 정권심판론 중 어느 테제가 유권자에게 각인되느냐에 따라 전국 규모의 선거는 대체로 명암이 갈린다. 정권출범 기준으로 볼 때 2회 지방선거를 예외로 한다면 여타의 지방선거는 새 정부 출범 후 모두 2년 4개월 이상이 경과하고 난 시점에 치러졌다. 선거구도라는 관점에서의 기본 명제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정권심판론이 작동될 수 밖에 없는 시기다. 여당이 패배했던 핵심 이유일 것이다.
이번 선거는 시기적으로 애매하다. 박근혜 정권 출범 후 1년 3개월 남짓 후에 치러진다. 지난 해 박근혜 정부의 공과를 논하기 전에 단순하게 시기만을 놓고 본다면 정권견제론이 숙성될 수 있는 시기가 아니다. 그러나 지난 해의 정치부재와 정치실종은 한국정치의 구조적인 '소용돌이의 정치'라는 측면보다는, 집권측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소통의 부재가 동인(動因)으로 작용한 면이 더 크다. 그렇다고 야당이 견제와 비판 세력으로서 제 역할을 한 것도 아니다. 여야의 정치력 부재와 역할 방기를 이제 와서 탓하는 것은 부질없다.
현재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민주당보다 높고,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지지도도 대선때의 득표율 51.6%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새누리당의 승리 개연성이 높을 것이라는 유력한 논거가 될 수 있다. 안철수 의원이 주도하는 정치세력이 정당을 창당하든, 현재의 새정치추진위원회의 형태로 지방선거에 뛰어들든, 선거공학적 차원에서 야권의 분열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 또한 여당에게는 호재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는 해보나 마나 아닌가. 정치공학적 연대나 도식적 연대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것과는 별개로 지역적으로 야권연대가 또 다시 거론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대한 반대 논리도 있다. 인물론이 변수로 개입될때 양상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는 비판세력의 논리다.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인천시장 등 수도권 승부가 승패의 기준이 된다고 볼 때 여당의 승리를 점치기 어렵다는 분석과 전망도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선거가 집단지성의 발현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행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 그리고 지방 권력까지 여권이 싹슬이 하는 것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동될 가능성 또한 배제할 수 없다는 논리도 무시할 수 없다.
선거가 많은 비용과 갈등이라는 기회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대의제 민주주의의 정치과정으로서 존속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선거가 개개인의 투표 행위의 집적이지만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권력을 견제하는 기능을 다 해왔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어떨까. 정치가 생물이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한국정치는 다이나믹스의 정치다. 그러나 이 다이나믹스도 민심을 반영하는 한에서 유효하다. 선거를 5개월씩이나 남겨 놓은 시점에서 때이른 선거론일지 몰라도 그만큼 한국정치의 시계(視界)는 예측불허다. 민심이 천심이다.
최창렬 용인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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