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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1월 7일] 체첸의 눈물

입력
2014.01.06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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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북오세티야 베슬란의 초등학교에서 어린 학생 등 334명이 숨지는 자살폭탄 테러가 터졌다. 범인은 체첸의 20~30대 젊은 여성들이 조직한 '검은 미망인'이라는 단체였다.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남편을 잃은 체첸군의 아내들이 복수를 위해 인접 친 러시아 자치공화국을 공격한 것이다. 지난해 보스턴마라톤 테러를 일으킨 차르나예프 형제는 2차대전 때 체첸의 분리독립 움직임을 무력화하기 위한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으로 할아버지가 중앙아시아의 키르기스스탄으로 쫓겨난 비운의 가족사를 갖고 있다.

■ 카스피해와 흑해 사이 북캅카스 지역에 있는 체첸 자치공화국은 러시아와의 처절한 독립전쟁으로 점철된 나라다. 1991년 소련 해체로 독립을 선언하자 옐친 대통령이 94년 침공, 수도 그로즈니가 잿더미로 변하면서 10만명이 숨졌다. 99년 푸틴 총리가 주도한 2차 전쟁은 더 참혹했다. 국민 대다수가 이슬람 신자인 체첸에 대한 러시아의 무자비한 탄압은 분리주의 차단이 명분이었지만 실은 체첸에 묻혀 있는 광대한 유전 때문이었다.

■ 체첸과 푸틴의 악연은 깊다. 푸틴은 2차 전쟁 이후 분리주의 세력들에게 철저한 탄압으로 일관했다. 중앙집권제를 강화하면서 소수 자치공화국의 민족대표들을 대대적으로 숙청했다. 종교와 민족문제로 촉발된 분리주의 운동은 정치ㆍ경제적 차별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됐다. 지난 연말 체첸 소행으로 의심되는 연쇄 폭탄테러가 발생한 볼고그라드는 러시아가 나치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 곳으로, 과거 스탈린그라드로 불린 저항정신의 성소다. 푸틴은 작년 스탈린그라드 전투 70주년을 맞아 이곳을 '역경에 굴하지 않는 러시아의 얼굴'이라고 했다.

■ 체첸의 염원은 러시아에게서 빼앗긴 나라를 되찾는 것이다. 모스크바-상트페테르부르크 열차 테러(2009년), 모스크바 지하철 폭탄테러(2010년) 등 숱한 테러의 배후로 지목되지만 체첸이 러시아 이외의 다른 나라를 공격한 적은 없다. 보스턴 사건은 미국 사회에 불만을 품은 형제의 자생적 테러였다. 체첸이 알 카에다와 다른 이유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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