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절반이 2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한파에 꽁꽁 얼어붙고 있다. 연초 눈 폭풍이 할퀴고 간 북미에 이번에는 북극의 찬 공기가 밀려 내려와, 캐나다는 물론 미국 중서부와 동부, 남부까지 살인적인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미 국립기상청은 5일(현지시간)부터 7일까지 3일간 많은 지역이 20년 만에 가장 낮은 영하 34~45도를 기록할 것으로 예보했다. 기상청은 이번 한파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아주 위험하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남부 조지아주 애틀랜타와 테네시주 내슈빌의 기온이 알래스카주의 앵커리지보다 낮을 것이라는 예보까지 나왔다.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오는 길목인 미주리 위스콘신 일리노이 오하이오 미시간 주 등 중서부 지역은 영하 30~40도, 북부 지역 일부는 체감온도가 살인적인 영하 70도를 기록할 것이란 경고도 있다. 영하 43도 이하에서는 5분만 노출돼도 동상에 걸릴 수 있다.
이번 한파로 5일에만 항공기 4,000여편이 결항되고 1만편이 지연운항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콜로라도주 아스펜 공항에서는 소형 항공기가 착륙 도중 추락해 1명이 숨졌고, 뉴욕의 존 F 케네디 공항에선 델타항공 여객기가 빙판이 된 활주로를 이륙하다 미끄러져 이착륙이 2시간 이상 전면 중단됐다.
동부 뉴욕주과 중부지역의 여러 주들은 잇따라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휴교령을 내렸으며 기업들은 공장가동을 중단했다. 뉴욕과 보스턴 등 도시에선 구조대가 노숙자 동사를 막기 위한 활동에 들어갔고, 각 주에선 지역별로 긴급구조전화 911이 수시로 주민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있다. 한파의 직접 영향을 받는 인구만 1억4,000여만명에 달해 피해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북동부 지역은 한파가 눈 폭풍 허큘리스와 동반해 큰 타격이 예상된다. 앞서 2일부터 북동부 지역에 내린 눈 폭풍으로 최소 16명이 숨졌다. 한파의 피해를 보지 않은 지역은 서부와 하와이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한파는 북극 지역의 차갑고 강력한 저기압인 겨울폭풍 극회오리 바람(polar vortex)이 남쪽으로 확장한 데 따른 것이다. 북쪽의 찬 공기를 막는 방어벽 제트기류가 약해지자 갇혀 있던 극회오리 바람이 북미대륙 중서부 평원지대를 따라 남하, 이상저온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하지만 영화 27도를 기록하는 강추위에도 불구하고 위스콘신 그린베이의 실외 스타디움에서는 7만여 관중이 몰린 가운데 미국프로풋볼(NFL) 경기가 강행됐다. 이 경기는 역대 최저 기온에서 열려 '아이스볼'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이날 경기를 치른 홈팀 그린베이 패커스는 관중에게 손난로와 무료 커피, 뜨거운 초콜릿 등을 제공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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