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외교 분야에 대해 다른 국정 분야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을 할애했다. 직접 읽은 회견문에는 외교 관련 언급이 아예 배제됐다. 이후 이뤄진 기자들과의 일문입답에서도 한일, 한중 관계에 대한 원론 수준의 입장 표명만 이뤄졌다.
물론 짧은 문답에도 불구, 대일, 대중 관계의 현격한 온도차가 여실히 드러났다. 다만 과거 대통령 연두 기자회견 때마다 단골 메뉴였던 한미관계 언급이 빠져 이례적이라는 평이 나왔다.
박 대통령은 우회적으로 표현하기는 했으나, 한일 관계가 답보 상태에 빠진 책임이 일본에 있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또 정상회담 가능성을 열어두면서도, 양국 관계가 호전되려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집권 이후 주요 정치인의 야스쿠니 신사참배 등 급속히 우경화한 일본의 근본적 태도 변화가 선행돼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한일 관계는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대해 사과한) 무라야마 담화, 고노 담화를 기초로 이어져 온 것"이라면서 "한국은 그렇게 가려고 하는데, (일본 측에서) 그것을 부정하는 언행이 나오니까 양국 협력 환경이 자꾸 깨지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일 정상회담은 두 나라 관계 발전에 도움이 돼야 하기 때문에 사전에 충분한 준비가 있어야 하고, 그런 준비 하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중 관계에 대해서는 "과거 어느 때보다 긴밀한 협력관계를 구축해서 실질적인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앞으로 양국 국민의 지지와 우위를 바탕으로 양국 국민의 복리증진과 동북아 평화, 안정에 계속 기여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특히 올해의 사자성어 '전미개오'(轉迷開悟ㆍ번뇌에서 벗어나 깨달음에 이른다는 불교용어)에 대한 소감을 묻는 중국 기자 질문에 "사심 없이 국민 행복을 위해 일하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이는 중국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반부패 정책과도 부합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대답, 한중 정상간의 두터운 이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 방공식별구역 문제를 원만히 처리한 과정을 소개하는 방식으로, 한반도 주변 4강 가운데 하나인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서도 긍정 평가를 내렸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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