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와 오리온스가 4대4 대형 트레이드를 단행한 뒤 2주의 시간이 흘렀다. 워낙 많은 핵심 선수들을 바꾸는 바람에 초반 분위기는 어수선했지만 경기를 치를수록 트레이드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두 팀 모두 선수들의 활용 방안을 제대로 찾은 것이다.
이번 트레이드로 가장 두드러진 것은 KT에서 오리온스로 유니폼을 갈아입은 장재석(23ㆍ203㎝)의 재발견이다. 2013 신인드래프트 1순위 출신 빅맨 장재석은 기량을 꽃 피우지 못하고 평범한 선수로 전락하는 듯 했다. 지난 시즌 평균 5.3점에 그쳤고, 올 시즌 역시 이적 전까지 3.6점을 넣는데 그쳤다. 그러나 오리온스에 새 둥지를 튼 이후 확 달라졌다.
이적 후 세 번째 경기인 SK전에서 19점을 넣은 데 이어 그 다음 모비스전에서도 21점 8리바운드로 골밑을 장악했다. 지난 4일 친정 KT와의 경기에서 부담감 탓에 4점으로 침묵했지만 5일 LG전에서 15점 8리바운드로 부진을 만회했다. 또 장재석은 큰 키에도 뛰는 농구에 능하다. 최진수(202㎝), 앤서니 리처드슨(200㎝)과 함께 스피드와 높이를 동시에 갖춘 역동적인 오리온스를 이끌고 있다.
장재석은 "KT에 있을 때는 뭔가를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강했는데 잘 안 풀리다 보니 스스로 답답한 것이 있었다"며 "트레이드 이후 단순하게 생각하려고 했더니 어느 순간 부담감을 떨치고 편안하게 농구를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오리온스는 트레이드 이후 6경기에서 3승3패를 기록 중이다. 성적은 평범하지만 모비스와 LG 등 강팀을 잇달아 제압하며 만만치 않은 전력을 선보였다.
KT도 서서히 '전태풍(34ㆍ180㎝) 효과'가 불고 있다. 전태풍을 영입한 뒤 내리 3연패를 했지만 최근 2연승으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오리온스에서 평균 23분을 뛰었던 전태풍은 KT로 옮기고 나서 출전 시간이 10분 가량 늘었다. 부쩍 늘어난 출전 시간 때문에 체력적으로 힘든 모습을 보였지만 꾸준히 30분 이상을 뛰며 체력을 끌어올렸다. 동료들과 함께 뛰는 시간이 길어지자 호흡도 잘 맞았다. 국가대표팀 슈터 조성민(31)도 적재적소에 패스가 날아오자 득점력이 되살아났다.
전창진 KT 감독은 "아직 체력적으로 완전히 올라온 상태가 아니라 당분간 잘 하든 못 하든 많이 뛰게 해줄 것"이라며 "(전)태풍이는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두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전태풍은 "팀에서 잘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많이 준다"며 "3주 정도만 지나면 예전 몸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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