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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1월 7일] 차르 푸틴과 소치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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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36.5°/1월 7일] 차르 푸틴과 소치올림픽

입력
2014.01.06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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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스포츠의 해다. 2월 소치 동계올림픽에 이어 6월 브라질 월드컵이 온국민의 밤과낮을 뒤바꿔 놓을 것이다.

소치올림픽은 러시아에서 열리는 첫번째 동계올림픽이다. '21세기 차르'라 불리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공을 들여 유치를 성사시킨 뒤 '위대한 러시아'를 세계에 각인시키려 만반의 준비를 해온 대회다.

지난해 모스크바 등 러시아 전역에서는 로마노프 왕조(1613~1917) 400주년 기념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푸틴 정부가 주도한 추모 행사들을 통해 과거 볼셰비키혁명으로 사라졌던 로마노프 왕정의 역사가 러시아의 영광스러운 과거로 재탄생했다. 1917년 공산혁명으로 러시아 황제 차르의 시대는 끝났지만 레닌 스탈린 흐루시초프 브레즈네프 옐친 등 절대권력을 쥔 새로운 차르들이 뒤를 이었다. 하지만 현대판 차르의 으뜸은 푸틴이다. 2000~2008년 2기 연속 집권한 데 이어 잠시 총리를 거친 뒤 2012년 3번째 집권했다. 앞선 독재자들도 푸틴처럼 허수아비를 내세워가며 임기를 늘리진 않았다.

지난 한 해 러시아는 '금지'의 한 해였다. 공공장소의 흡연과 밤 11시 이후 주류판매를 금지하면서 시민들의 반발을 샀고, 지난해 6월에는 반동성애법 강행으로 국제적인 비난을 불러 일으켰다. 또 옛 소비에트 연방국을 휘어잡기 위해 몰도바의 와인 반입을 금지하고, 리투아니아의 유제품 통관 등을 막았다.

푸틴은 옛 소비에트 연방국들의 친서방화를 막고 이들을 다시 러시아의 영향권에 단단히 묶어두겠다는 심사다. 푸틴은 이들 국가들을 한데 묶어 유럽연합(EU)과 비슷한 성격의 유라시아경제연합(EEU)을 2015년까지 만드는 게 목표다. EU와 러시아 사이에 끼어있던 우크라이나가 EU와의 연합협정을 체결하려 하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화물차의 수송을 막았고 밀린 천연가스비로 13억 달러의 부채를 갚으라고 통보했다. 결국 우크라이나는 굴복했고, 푸틴은 가스 공급가를 낮추고 우크라이나의 국채를 매입해주는 선물을 안겼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젠 조지아 몰도바 벨라루스 등에 대한 전방위 압박도 거세다. 주요 수출품의 판로를 막거나, 천연가스 공급 가격을 올리고, 적대국에게 무기를 판매하겠다는 위협도 가했다. 푸틴이 휘두른 채찍은 시베리아 칼바람만큼이나 매서웠다.

"러시아가 강해야 러시아를 존중한다"는 지론으로 서방과의 외교에 대립각을 세운 푸틴은 지난해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광범위한 도ㆍ감청 행위를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러시아 망명을 받아들였다. 또 시리아 화학무기 폐기와 이란 핵협상 합의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등 굵직한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

그러나 강한 러시아를 부르짖던 푸틴도 난감한 상황을 맞게 됐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요아힘 가우크 독일대통령 등이 소치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보이콧을 선언했다. 미국은 현직은 물론 역대 대통령 누구도 소치에 가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푸틴은 뒤늦게 '친절한 차르' 이미지가 필요함을 깨달았고, 북극해 유전 개발에 항의하다 억류된 그린피스 회원과 반푸틴 록밴드 푸시 라이엇의 멤버들을 서둘러 풀어줬다. 또 푸틴의 최대 정적으로 10년간 수감생활을 한 반정부 인사 미하일 호도르콥스키를 사면했다. 호도르콥스키 사면은 더 이상 그가 자신의 적수가 아님을 증명하는 또 다른 이벤트일 수도 있겠지만, 푸틴은 이 사면을 통해 자신의 인도주의적 제스처가 국제적으로 인정받길 바랐다. 이유는 단 하나, 소치올림픽 VIP스탠드에 자기 혼자만 서있는 망신을 피하기 위해서다.

그토록 고대하던 영광의 자리에 '외로운 차르' 혼자만 서있을지, 협박과 회유로 참석한 옛 소비에트연방의 정상들이 푸틴의 들러리를 서게 될지, 아니면 남은 한달 푸틴의 놀라운 외교 전술로 러시아 덕을 보겠다고 달려온 다른 나라 정상들이 함께 박수를 보내게 될지 궁금해진다. 소치올림픽 개막식이 기다려지는 흥미로운 관전포인트다.

이성원 국제부 차장대우 sung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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