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d you eat lunch?’ ‘Yes, I did.’ 이보다 간단한 대화는 없다. 점심을 들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말하면 끝이다. 어법이나 논리에 문제가 없다. 그러나 같은 상황일 때 영국 문화권에서는 ‘Have you eaten lunch?’라고 현재완료형으로 묻는다. 시제의 표현 방식이지만, 그 이면에는 동사 활용의 방법과 이해의 차이가 존재한다.
현재완료가 내용상 완료 계속 경험 결과로 나뉜다고 배웠지만, 오늘날에는 이런 문법적 구분보다는 각 동사의 어휘 중심 분석도 나왔다. Zeno Vendler(1957)는 동사를 activity, accomplishment achievement, state 등으로 구분했는가 하면, Bernard Comrie(1976)는 동사의 성질과 내용에 따라 다르게 해석했다. 학문적 분석과 달리 실용 영어에서는 현재완료 자체가 아니라 왜 영국 문화권에서는 ‘Have you eaten lunch?’로 묻고 미국에서는 ‘Did you have lunch?’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은가가 문제일 것이다. 독일어나 슬라빅 언어에서는 이런 구분조차 중시하지 않고, 영어 안에서도 각 문화권에 따라 무시하는 경우도 있다.
시제를 논할 때는 ‘시간’이란 절대적 기준보다는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 전달(aspect)’이 더욱 중요하고, 그 내용에 따라 완료인지 계속 진행 상태인지 구분을 해야 한다. ‘그는 의대에 합격했다’를 ‘He has been accepted at the medical school’로 표현하면 합격하여 지금도 유효하다는 것이고, ‘He was accepted~’로 말하면 합격한 사실만 강조할 뿐 지금의 상태는 모르는 일일 것이다. 영국에서는 의미에 따라 명쾌하게 ‘완료와 단순 과거’를 구분 짓는 경향이 있는 반면 미국 영어에서는 현재완료보다는 단순 과거를 선호하고, 대신 일반 동작도 역동성, 사실성을 강조하기 위해 진행형을 선호하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따라서 (1)I’m sorry that I missed the bus.(미국) I’m sorry that I have missed the bus.(영국) 의 차이가 생기고, (2)I am quitting my job.(미국-미래지만 실현성 강조) I will quit my job.(영국-단순한 미래 의지)처럼 어느 부분을 강조하느냐에 따라 동사 형태의 활용과 표현법이 갈린다. (3)I live in Seoul.(영원히) I am living in Seoul.(현재 사실만 강조) (4)Don’t do that.(현재의 단순한 명령) You’re not doing that!(당장 중지하라는 강한 명령) 같은 파생적 변화도 주시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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