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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플러스한국 이사람 -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 김옥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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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플러스한국 이사람 -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 김옥현 이사

입력
2014.01.05 2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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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 10만장 보유…“우리 가요도 소중한 문화재”

“벽(癖)이 없는 사람은 버림받은 사람이다.”

조선의 실학자 박제가가 남긴 말이다. 여기서 벽이란 병에 가까운 취미를 뜻한다. 벽을 가진 사람을 요즘으로 치면 ‘마니아’쯤이 될 것이다. 박제가 본인은 중국 마니아였다. 그 덕에 ‘북학’이라는 실학의 큰 문을 열어놓았다. 벽이 없는 사람이 무엇으로부터 버림받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그의 말대로 깊은 취미를 가져보지 못한 사람은 세상 살아가는 참 맛 하나를 모르고 살아가는 건 분명한 듯하다. ‘홍길동전’의 허균의 말마따나 벽이 있는 사람은 거기에 도취되어 돈과 벼슬은 물론하고 생사조차 돌아보지 않는다.

젊은 시절 한 장 두 장 모은 LP

김옥현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 상임이사는 ‘LP벽’에 걸린 사람이다. 사무실 한쪽 벽면이 LP판으로 빼곡하게 들어차 있다. 우리 가요를 중심으로 일제강점기부터 90년대까지, 항목ㆍ가수별로 정리해놓았다. 가요팬이라면 그냥 쳐다보고만 있어도 옛 사랑을 만난 것처럼 심장이 두근거린다. 김 이사도 마찬가지다. 마치 어린아이가 소중한 장난감을 친구에게 소개하듯이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희귀 LP판을 끄집어내 소개하고 턴테이블에 LP판을 올려 음악을 틀어준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순간 사무실은 음악 감상실로 바뀐다.

낯설다. 대학교 사무실에서 추억의 가요라니. 김 이사의 프로필을 봐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젊은 시절 패션계에 종사하면서 나름대로 이름을 날렸다. 1988년 이탈리아 토스카나에서 자투리 양 가죽을 수입해 잠바를 만들어 팔아 대박을 냈다. 서울 현대백화점에 제품을 내놓자마자 날개돋힌 듯이 팔렸다. 92년에 대구로 내려와 건설업에 뛰어들었다. IMF라는 큰 파고도 잘 넘겨 오히려 불황에 강한 회사라는 명성까지 얻었다. 이를 바탕으로 2010년 한국사이버복지대학 창립 멤버로 참여했다. 대학 건물을 손수 지었다. 아무리 훑어봐도 가요나 LP판과 관련된 이력이 없다. 그렇다고 사이버대학에 그 흔한 ‘실용 음악’관련 학과가 있는 것도 아니다.

“사실은 젊은 시절 DJ를 했습니다, 하하!”

역시. 퍼즐이 풀렸다. DJ들의 흔한 추억담이 그의 입에서도 흘러나왔다. 가발을 쓰고 방송을 하면서 누나들 깨나 울렸던 이야기하며, 그 시절 좀 잘 나간다 하는 언니와 멋쟁이 형님들이 드나들었던 코리아, 카네기, 대보 같은 음악 감상실 이름이 줄줄이 나왔다. 그에게 음악을 가르친 이들은 대구경북 FM 방송에서 이름을 날렸던 김진규, 도병찬 같은 명 DJ들이었다.

패션과 건축 모두 음악적 섬세함으로 성공

LP벽은 그때 시작됐다. 방송을 잘하려고 공책을 한권 준비해 뮤지션과 음반에 대한 정보를 빼곡하게 기록했다. 73년부터 81년까지 작성한 공책에는 당시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1981년 언론통폐합으로 DJ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면서 억지 은퇴를 했지만 음악에 대한 열정은 그대로 가슴에 남아 있었다. 의류, 건축 등을 하면서도 늘 음악을 들었다. LP도 계속 모았다. 국내 음반은 물론이고 외국 음반도 부지런히 사들였다. 한번은 딸이 유학하고 있던 뉴질랜드를 방문했다가 수백 장의 희귀 외국 음반을 사서 한국에 들어오기도 했다.

“음악을 즐기는 사람은 섬세하기 마련입니다. 패션과 건축도 섬세하지 않으면 잘 못합니다. 그러니 DJ를 그만둔 뒤로도 줄곧 음악에 기대어 살아온 셈이죠.”

그렇게 모은 LP판은 2012년 큰 행사에 외출을 했다. 그해 6월15일부터 9월 말까지 전쟁기념관에서 열린 ‘특별기획전 전선야곡’에 전선야곡 음반을 비롯해 120장의 전쟁 관련 음반을 전시자료로 내놓았다. 조만간에 옛 고모역 자리에 들어설 ‘가요 박물관’에도 LP를 보낼 예정이다. 그는 현재 (사)고모령가요박물관 이사장을 맡고 있다. 평생 모은 것인데 아깝지 않느냐는 ‘얄팍한’ 물음에 “가요는 대중에서 나왔으니 다시 대중으로 돌아가는 것이 맞다”는 깊은 대답을 내놓았다.

“가요에는 우리의 역사와 삶이 녹아 있습니다. 후손들에게 물려주어 널리 알려야 할 귀중한 문화유산이죠. 음악으로 행복한 인생을 산 만큼, 우리 선배들의 삶과 정서가 녹아 있는 가요를 후손들에게 전하는데 일조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김광원 기자

◆ 한국복지사이버대학교 - 국내에서 유일한 복지 전문 대학으로, 2012년 교육부에서 설립허가를 받고 2013년 3월 첫 입학식을 가졌다.

사회봉사 및 공공복지 중심의 특성화된 교육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취지하에 청소년 복지학과, 다문화사회 복지학과, 아동 복지학과, 복지 경영학과, 생활환경 복지학과, 경찰교정 복지학과, 군사학과, 상담 심리학과, 독도학과 등을 개설했다. 최원석 총장은 “사회복지는 거부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면서 “사회 복지와 관련된 직업인을 양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최초로 독도 학과를 개설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울릉군수와 독도경비대장을 비롯해 사회 각계각층에서 활동하는 인사들이 대거 입학해 화제가 됐으며, 올해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독도 학과는 한일 관계론과 국제 해양법 등을 교육하며 이론과 실기를 갖추고 독도를 교육할 수 있는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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