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모(29)씨는 2010년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를 창업했다.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앱) 개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모바일 커뮤니티 앱 개발에 매달렸다가 결국 14개월 만에 사업을 접었다. 비슷한 앱이 우후죽순 식으로 생겨나는 등 경쟁이 예상보다 극심했기 때문이다. 구씨는 "자금력은 물론 기술력 등에서 대기업 중견기업 등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며 "4,000만원의 빚만 남았다"고 말했다.
기술보증기금의 보증을 받았다가 부실화된 기업 10개 중 7개가 최근 5년 내 세워진 '창업기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가 창업한 기업의 부실이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충분한 경험과 치밀한 준비 없이 창업을 하고, 운영 노하우도 부족하기 때문이다.
5일 기보가 기술보증취급 및 부실이 발생한 기업을 분석해 발표한 '창업기업 동향 분석' 에 따르면 전체 부실기업 가운데 창업기업의 비중이 70.6%에 달했다.
기보가 2008년 1월 1일~2012년 12월 31일 사이 창업한 3만7,375개를 전체 보증 기업과 비교 분석한 결과, 기업 부실은 대표가 젊은 연령대로 갈수록 비중이 증가했다. 부실기업 중 ▦20대가 운영하는 경우 100%가 창업기업이었으며 ▦30대의 경우 10개 부실기업 중 9개(90.1%)가 창업기업이었다. 40대 창업자의 경우도 부실 기업 중 76.7%를 차지해 평균을 웃돌았다. 60대가 51.7%로 가장 낮았다.
창업기업 대표자 평균연령은 2009년 48.9세에서 꾸준히 감소해 2012년 46.7세로 하락했다. 연령별로 창업자는 40대가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50대, 30대, 60대, 20대 순이었다. 창업이 가장 활발한 40, 50대의 경우 기계 및 장비 제조업에서 창업이 가장 많았고, 젊은 층인 20, 30대는 소프트웨어 개발 및 공급업이 1위를 차지했다. 기보의 보증이 기술을 바탕으로 한 창업이라는 점에서 장년층의 창업이 높다는 분석이다.
창업기업 가운데 대표자 학력이 고졸 출신은 10명 중 3명(28.4%)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고졸 창업가를 포함한 기술 창업이 대부분 전통적인 제조업(2차산업)에 치중돼 혁신적인 아이디어 보다는 현장의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하는 경우가 많아 '생계형 창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조기 퇴직이나 실직 등을 겪었으나 옮길 곳이 없자 하던 일을 발판 삼아 창업한다는 것이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경우 창업을 포함한 자영업자의 비중이 선진국들에 비해 월등히 높다"며 "고용상승 효과가 있다고는 하지만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불안전 고용인만큼 정책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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