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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하나 캠페인] <10> 다발성 경화증 앓고 있는 이해숙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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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눔하나 캠페인] <10> 다발성 경화증 앓고 있는 이해숙씨

입력
2014.01.05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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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인천 남구 주안동의 다세대 주택. 한 여성이 오른손으로 난간을 붙잡고 등을 잔뜩 움츠린 채 지하로 향하는 계단을 한 발 한 발 힘겹게 내려간다. 30㎡(약 10평) 남짓 어두운 반 지하 집에 들어선 여성은 "뒤에서 보면 할머니 걸음이래요"라며 흐릿하게 웃었다. 다발성 경화증을 앓고 있는 이해숙(42)씨다.

2005년 8월 이씨는 심한 기침과 목 뒤쪽에 물집이 잡히면서 온몸이 쑤시는 대상포진 증상으로 동네 의원을 찾았다. 감기약을 먹었지만 증상은 나아지지 않았고 일주일 만에 왼쪽 다리가 마비됐다.

놀란 마음에 찾아간 인천의 한 대학병원에서 이씨는 다발성 경화증 진단을 받았다. 뇌, 척수 등 중추신경계의 신경세포가 죽어 감각 이상과 운동 장애를 동반하는 질환이었다. 의사는 감기와 대상포진도 다발성 경화증으로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나타난 증상이라고 했다. 고작 서른세 살에 닥친 시련. 그는 매일 밤 허리가 끊어질 듯한 고통과 싸워야 했다.

경제적 고통은 더 극심했다. 8개월 정도 입원하는 동안 매달 약값만 700만원이 들었다. 건설현장 막노동으로 수입이 일정치 않은 남편의 돈벌이로는 감당할 수가 없었다. 몇 년간 모은 돈과 시댁에서 도와준 돈까지 금세 바닥났다. 퇴원 후 통원치료를 하면서 급한 대로 대부업체에 손을 벌렸다. 하루가 다르게 불어나는 이자로 지난 8년간 쌓인 빚은 5,000만원을 넘어섰다.

다리 마비증세가 호전된 것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돈이 드는 재활치료는 꿈도 못 꾸고 매일 지팡이를 짚고 동네를 돌아다녔다. 퇴원 1년 후 힘겹지만 아기 걸음마 정도는 뗄 수 있게 됐다. 그는 "몇 걸음 걷다 넘어질 때마다 아들(15)과 딸(12)을 생각하면서 어금니를 악물었다"고 했다. 어릴 때부터 엄마의 아픈 모습만 본 두 아이들에게 걷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나이에 제대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아이들에게 이씨는 늘 죄인 같은 마음이다. 2012년 말 신용불량자가 된 남편이 파산신고를 하면서 경제적 압박을 이기지 못한 부부는 결국 지난해 초 이혼했다. 남편은 양육비를 보내겠다며 지방에 일거리를 찾으러 간 후 연락이 끊겼다. 이혼 직후 기초생활보호 대상자가 되면서 한 달에 50만원으로 세 식구가 생활하고 있다. 각종 공과금으로 십 만원쯤 빠져나가고 나면 세 식구 입에 풀칠하기도 버겁다. 이씨는 "아이들이 한창 클 나이인데 외식은커녕 고기 반찬 한 번 해주기 어려운 게 제일 가슴 아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평범한 주부였던 이씨는 이혼 후 식당에서 그릇을 닦는 일을 시작했다. 그러나 느린 걸음에 허리까지 굽은 이씨는 가는 식당마다 일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일 하는 기간보다 일자리를 구하러 다니는 기간이 더 길었다. 그래도 일찍 철이 든 아이들 덕에 이씨는 또 힘을 낸다. "엄마 힘들까 봐 초등학생 딸이 속옷도 직접 빨고 쌀도 씻어 놓아요. 늘 미안하고 안쓰럽기만 한 우리 애들을 위해서라도 살아내야죠."

●후원=자동응답전화(ARS)060-700-111 우리은행 1006-587-121212(예금주 사회복지법인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조아름기자 archo1206@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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