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기는 것도 마다 않고 정홍원 국무총리가 공직사회 '대규모 물갈이' 소문 진화에 나섰다. 국무총리실 1급 공무원 전원에게 사표 제출을 요구한 게 '전 부처 물갈이'로 번지고 공직사회가 술렁이자, 4일 예정에도 없던 관계장관회의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어 해명에 나선 것.
정 총리는 이 자리에서 "국정 운영 2년차를 맞아 총리실이 1급 공무원들이 심기일전하는 뜻을 일괄 사표 형식으로 표시한 것일 뿐, 정부 전체의 일률적 물갈이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 각 부처 장관들에게 "모든 공직자들이 차분히 업무에 매진하도록 그 취지를 소속 공직자들에게 충분히 주지시켜 달라"고 당부했다.
총리가 이런 식의 이례적인 해명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건,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이 직접 나서 개각설을 잠재우자 "정부 조직 쇄신을 위해 공무원만 잡느냐"는 말이 공무원 사회에 나돌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총리의 토요일 장관회의 소집 배경에 청와대의 주문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정 총리의 해명으로 공직사회 특히 1급 공무원들의 불안을 잠재울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다.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도 인정했듯이, 출범과 동시에 1급에 대해 일괄 사표를 받았던 과거 정권과 달리 박근혜정부에서는 이명박정부 때 임명한 고위 관료와 현 정부에서 임명된 관료가 동거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주요 경제부처 등 일부 부처 일선 간부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물갈이로 인사적체를 해소하고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따라 1급 고위직 물갈이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다는 게 대체적 분석이다. 정부 소식통은 "이명박정부와의 차별화를 위해선 장관의 조직 장악력이 떨어지는 부처를 중심으로 국정 과제 추진에 소극적인 1급 공직자의 퇴진을 압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 정부의 소통 방식이 관가의 동요를 더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혼란을 초래할 만한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도 불만이 커진다 싶으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간단히 부인해 버리는 등 불통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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