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리나 윌리엄스(33ㆍ미국). 여자프로테니스(WTA) 세계랭킹 1위다. 그냥 1위 정도가 아니라 추종을 불허하는 압도적인 기량을 뽐내고 있다. 2위 빅토리아 아자렌카(25ㆍ벨라루스)와의 랭킹포인트 차이가 5,000점이 넘는다. 서리나는 4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열린 WTA 투어 2014시즌 개막전 브리즈번 인터내셔널에서 우승컵을 높이 들었다. 자신의 58번째 우승컵이다. 역대 여자선수 7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서리나가 수년간 WTA투어를 주름잡고 있다면 국내엔 이예라(27ㆍNH농협은행)가 있다. 이예라는 코트 커버력이 뛰어나고 파워풀한 경기 스타일이 서리나와 닮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 풀세트를 소화하고도 지치지 않는 체력은 이예라의 '전매 특허'다.
랭킹 351위 이예라는 최근 2년 동안 국내 무대를 평정했다. 2012년 5관왕, 2013년 6관왕을 휩쓸었다. 특히 지난해 WTA투어 KDB코리아오픈 1회전을 통과하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10회째를 맞이한 코리아오픈에서 한국 선수의 1회전 자력 통과는 이예라가 처음이다. 이예라는 당시 다리아 가브릴로바(20ㆍ149위ㆍ러시아)를 세트스코어 2-0으로 완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3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 농협대에 있는 NH농협은행 테니스코트에서 만난 이예라는 "지난 시즌은 다 잊었다"고 말했다. 이어 "다 버리고 새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내려 놓아야 다시 채울 수 있는 거 아니냐"며 활짝 웃었다. 안방 챔피언에 머물지 말고 WTA투어 무대에 나서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하자 "8월말 US오픈에는 재도전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그러면서 "10월 인천 아시안게임 태극마크도 놓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예라는 2008년 윔블던과 US오픈, 그리고 2009년 호주오픈 예선전을 경험했다. 랭킹이 178위까지 올랐으나 이후 발등뼈에 금이 가는 부상으로 슬럼프를 겪었다. 그러나 2011년 10월 NH농협은행으로 스카우트 되면서 부활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이예라는 지도하는 박용국(49)감독은 "2007~08년 이예라가 한솔제지 소속일때 1년에 32경기를 소화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무릎을 쳤다. 테니스가 10월에 시즌을 마무리하는 경기인 것을 감안하면 한 달에 3차례 출격했다는 의미다. 저 정도 체력이면 WTA 투어급 선수다"라며 스카우트하게 된 배경을 털어놓았다. 그는 또 "테니스는 체력이 바탕이 될 때 시작된다. (이)예라가 당시 양적으로 도약했다면 우리 팀에 와서 질적으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이예라는 1997년 강원 양구군 비봉 초등학교 2학년 때 테니스를 처음 접했다고 말했다. "보는 순간 (테니스에) 빠져들었다"는 그는 "무작정 선생님에게 테니스를 배우게 해달라고 떼를 썼다"며 "제자의 앞길을 열어주신 선생님에게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후 그는 중ㆍ고등부 랭킹 1위를 독점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파워서브를 구사하는 스베틀라나 쿠즈네초바(29ㆍ21위ㆍ러시아)가 롤모델이라는 그는 남자선수론 라파엘 나달(28ㆍ1위ㆍ스페인)을 꼽았다.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근성이 맘에 든다"고 말했다.
국내선수 라이벌은 이진아(30ㆍ인천시청)를 첫 손가락에 세웠다. "왼손잡이인데다, 공이 낮고 한 템포 빠르게 넘어와 대응하기 힘들다"고 이유를 밝혔다. 그러면서 "내 주특기는 스트로크 하나 밖에 없지만 약점은 서브와 발리, 리턴 등등 너무 많다"고 몸을 낮췄다.
이예라는 지난해 10월 삼성 챌린지 8강에서 허리부상으로 기권해 유종의 미를 거두지 못했다. 재활치료를 받고 있지만 골반 쪽이 여전히 불편하다. 그러나 아시안게임에 대비해 12일부터 시작되는 충북 진천선수촌 전지훈련엔 합류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이예라에게 테니스는 무엇인가'라고 묻자 그는 "선생님(Teacher)같은 존재다"라고 말했다. "학교 수업을 통해 배우지 못한 것을 테니스가 나를 가르쳤다"는 이유다. "아직 어린 나이지만 경기를 하다 보면 인생의 희로애락, 생로병사가 함축돼 있다는 것을 체험한다"고 말했다.
이예라는… ●생년월일: 1987년 9월14일 ●신체조건: 키 162cm 몸무게 62kg ●소속: NH농협은행 ●최고 랭킹: 단식 178위 ●주요경력: 2013년WTA투어 KDB코리아오픈 단식 1회전 통과, 2012년한국테니스선수권 단식 우승, 2011년 한국실업마스터스 단식 우승, , 2010년 김천 국제챌린지 단식 우승
글ㆍ사진=최형철기자 hcchoi@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