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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1월 6일] 아베의 장기집권

입력
2014.01.0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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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석에서 일본 외무성 간부들이 아베 일본 총리의 지병에 대해 말하는 것을 들은 적이 몇 번 있다. 첫 번째 총리직에 오르고 1년 만인 2007년 사임할 당시 40%에 가깝던 지지율은 그를 전후해 사임한 다른 '1년 총리'들에 비하면 그리 나쁘다고 할 만한 건 아니었다. 아베 총리 본인은 사임 이유로 "지병"을 언급했다. 듣고 보니 이 병은 '궤양성대장염'이었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난치병'으로 분류하고 있는 이 병은 원인불명이다. 서구인에게 다발하기 때문에 식생활 등과 관련이 있다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심해지기 때문에 정신적인 이유도 있을 것으로 추정만 한다. 복통이 심하고 혈변이나 설사를 한다. 증상이 심하면 체중이 쑥 줄어든다. 당연히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다. 호전되지 않으면 몸 져 눕게 된다.

일본 언론에 총리 동정의 형태로 간간이 소개되는 그의 식도락 취향을 보면 아베의 식생활이 보통 일본인들과 달리 유별나게 서구적인 것 같지는 않다. 무엇이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앓기 시작했다는 그의 병을 도지게 한 걸까. 스트레스에 생각이 가 닫는다.

일찌감치 아베 스스로 "총리라는 것이 생각했던 것보다 수십 배의 격무여서 죽을 먹고 링거주사를 맞아가며 해외순방을 하는 식이었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총리 1차 재임 당시 아베를 사임에 몰아 넣은 결정적인 이유로 그보다 주로 거론됐던 것은 야당인 민주당의 당시 오자와 이치로 대표가 만나주지 않은 것이었다. 그가 오자와를 만나려던 것은 미국의 대테러 활동 지원을 골자로 하는 '대테러 특별조치법'을 국회에서 통과시키기 위해서였다. 일설에는 이 때문에 미군에 급유지원을 할 수 없자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이 그를 우습게 여겼다고 한다. 이것도 적지 않은 스트레스다.

아베 총리의 집권 2기는 그에 비하면 순탄한 것 같다. 다시 총리 자리를 노리며 자민당 총재 선거에 나섰을 때 "신약 덕분에 병을 완전히 극복해 몸도 마음도 건강하다"고 한 게 사실인지 아직까지 건강에 문제가 있다는 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지지율도 이전보다 높다. 아베가 장기집권을 꿈꾼다는 이야기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하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아베 정권이 쉽게 불안정해질지 모른다는 추측도 해 볼 수 있다. 아베의 야스쿠니 참배 전인 지난해 6월 미국의 일본 전문가 윌리엄 그라임스 보스턴대 교수가 이미 그런 지적을 했다. 그는 미일관계를 다루는 인터넷 매체와 인터뷰에서 "아베가 발트하임 취급을 당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발트하임은 유엔 사무총장을 두 차례나 지냈고 1980년대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역임했지만 제2차 대전 중 나치에 협력한 전과가 드러난 뒤에도 이를 명쾌히 사과하지 않아 미국 입국이 거부된 인물이다.

그라임스 교수는 아베 정권의 외교정책 자체는 높이 평가했다. 다자간 자유무역협정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가하고 대중국 억지력을 높이는 데도 한몫을 하고 있다. 최근 오키나와 후텐마 미군기지 이전에 매듭을 지어준 것도 미국으로서는 고마워할 대목이다. 문제가 되는 것은 미국의 공식 견해와 다른 역사인식을 가진 아베 개인이라고 그는 말한다. 침략전쟁을 부정하는 발언과 행위로 주변국과 계속 마찰을 빚는 것은 미국이 동북아에서 추구하는 소프트파워를 좀먹는 행위라는 것이다. 아베가 앞으로도 계속 무라야마 담화를 수정하겠다거나 위안부 문제 등 제2차 대전 당시 일본의 인권침해를 부정하는 발언을 이어갈 경우 아베는 더 이상 미 대통령은 고사하고 국무장관 만나기도 힘들지 모른다고 꼬집었다.

그라임스의 전망을 아베 재임 1기에 꿰어 맞춰 보면 이런 미국의 홀대는 그에게 적지 않은 스트레스가 될 것이 틀림 없다. 거기다 국내 사정으로 지지율 하락까지 겹친다면, 완치가 불가능한 그의 병이 도지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나.

김범수 국제부장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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