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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평] 허(Her)★★★★ “사람은 서로 접촉해야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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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영화평] 허(Her)★★★★ “사람은 서로 접촉해야만…”

입력
2014.01.05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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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은 죽음에 이르는 병이라더니, 기계문명이 첨예화한 현대(영화에선 가까운 미래)에 사는 고독한 우리는 죽음을 면하고자 마침내 컴퓨터 속의 인공지능과 데이트를 하게끔 이르렀구나.

고독하고 권태에 지친 젊은 작가와 컴퓨터 인공 지능 간의 사랑을 심오하게 아름답고 독창적이며 또 우습고 애잔하게 그린 일종의 공상과학 영화이자 매력적인 러브 스토리로 컴퓨터 없인 못사는 요즘 우리에게 공상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얘기다.

영화 는 인간과 기계 그리고 인간 대 인간의 관계(서로 접촉이 없는)를 나른하니 환상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탐구한 상상력 풍부한 작품이다. 개인적 터치가 강한 자유로운 아이디어를 지닌 스파이크 존즈 감독(각본 겸)의 고상하고 품위가 있으면서도 상쾌하고 약간 장난기마저 있는 준수한 영화로 와 공동으로 2013년 LA 영화 비평가협회(LAFCA) 최우수영화로 선정됐다.

때는 가까운 미래. 장소는 LA(고층 건물이 즐비한 LA를 찍은 촬영과 프로덕션 디자인이 훌륭한데 주인공이 사는 고급 고층 콘도가 도심지의 리츠 칼튼호텔처럼 보인다). 궁극적인 고독에 관한 영화의 주인공은 컴퓨터로 남의 연애편지를 대신 써주는(말을 하면 컴퓨터가 글을 쓴다) 회사의 직원 테어도르(호아킨 피닉스). 말을 하면 컴퓨터가 글을 써주는 그는 현재 아내(루니 마라-아내와의 관계가 플래시백으로 묘사된다)와 이혼 수속 중이어서 세상 살맛이 안 난다.

테어도르는 우연히 컴퓨터의 인공 지능인 사만다(스칼렛 요한슨 음성 연기)를 알게 되면서 육체가 없는 사만다와 대화로 관계를 맺기 시작한다. 테어도르를 비롯한 사람들은 모두 귀에 보청기 같은 것을 꽂고 마치 정신병자처럼 혼자 중얼대는 모습인데 이런 모습은 지금 당장 거리에 나가도 볼 수가 있다.

존즈 감독은 온라인으로 데이트를 하고 대화를 텍스트로 대신하는 현대인들의 생활 습관을 악의 없이 희롱하고 있는데 군중 속의 고독이 보는 사람을 소슬하게 한다.

사만다는 몸만 없을 뿐이지 사람과 똑같은데 감정적이요 사려 깊고 자상하고 또 섹시하고(요한슨의 비음 섞인 저음이 유혹적이다) 지적인데다가 테어도르를 극진히 생각해 테어도르는 낮 밤을 가리지 않고 사만다와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둘은 깊은 사랑에 빠지고 음성 섹스까지 즐긴다.

그런데 과연 인간과 컴퓨터 간의 사랑이 얼마나 갈 것인가. 테오도르가 자신의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애쓰면서 고독과 권태를 버거워할 때 같은 콘도에 사는 아름다운 여성 에이미(에이미 애담스)가 나타난다. 테어도르와 사만다의 관계는 에이미가 등장하면서 흔들리지 않을까.

피닉스는 내적 아픔을 지닌 사람을 연기하는데 특히 요한슨의 음성연기가 압도적이다. 2인극처럼 보이는 영화지만 단조롭거나 지루하지 않다. 이 영화를 통해 사람끼리 접촉해야만 하는 필요와 당위를 느꼈다

박흥진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 @korea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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