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더블’을 달성한 황선홍 포항 감독은 시즌 종료를 앞두고 의미 심장한 말을 했다. 황 감독은 “광저우 헝다가 자본을 앞세워 아시아 정상에 오른 것은 의미가 있다”며 “내년에는 다른 중국 팀들도 막대한 돈을 앞세워 선수 영입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중국에서 불어오는 ‘머니 태풍’이 심상치 않다. 3시즌 연속 K리그 클래식 득점왕을 차지했던 데얀(33)이 지난달 장쑤 세인티에 이적료 400만달러(약 42억2,000만원), 연봉 200만달러(약 21억1,000만원)에 이적한 것을 시작으로 서울의 주장이었던 하대성도 베이징 궈안으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여기에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득점 4위(14골)에 올랐던 ‘벨기에 폭격기’ 케빈(30ㆍ전북)도 상하이 둥야로의 이적 이야기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처럼 최근 들어 중국 클럽들이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들을 데려가고자 하는 의지가 확고하다. 사실 얼마 전까지 중국 리그는 돈은 많이 주지만 수준이 떨어져 선수들이 그리 선호하진 않았다. 그러나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진핑 주석의 눈에 들기 위해 구단을 보유한 갑부들이 몇 년 전부터 엄청난 돈을 쏟아 붓기 시작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축구대표팀의 주전 수비수인 김영권(24ㆍ광저우)은 “중국 슈퍼리그가 많이 발전하고 있다. 해외에서 유명한 감독들도 많이 오고 있고 투자도 점점 늘고 있다”며 최근 들어 달라진 풍토에 대해 이야기 했다.
최근 K리그 구단들 대부분은 모기업의 재정 감축으로 인해 지난해보다 예산이 줄어 들었다. 꽁꽁 얼어붙은 이적 시장만 보더라도 K리그에는 한파가 불고 있다.
반면 스타 플레이어들을 영입하고자 하는 중국 구단들은 국내 구단의 최소 2~3배 이상의 연봉을 선수들에게 제시한다. 짧은 선수생활 동안 많이 벌어야 하는 선수들 입장에서는 솔깃할 수밖에 없다. 대략 150억 안팎인 K리그 구단들의 예산과 달리 올해 중국 구단들의 예산은 상상을 불허한다. 장수의 경우 520억원, 베이징 궈안도 약 450억원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다. 한 구단 관계자는 “많은 연봉을 제시 받고 가겠다는 선수를 무작정 붙잡을 수 만은 없다”면서 “앞으로 이러한 추세가 더 심해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K리그는 5년 연속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행에 오르며 아시아 최고를 자부해 왔다. 그렇지만 ‘돈의 힘’을 앞세운 중국발 태풍에 의해 위기에 처했다. 이재상기자
한국스포츠 이재상기자 alexei@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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