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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 무색 "사무실 팩스 스팸 못 말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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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시대 무색 "사무실 팩스 스팸 못 말려"

입력
2014.01.03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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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의 한 고교 행정실 직원 A(35)씨는 출근하면 팩스에 수북하게 쌓인 문서 더미에서 광고지부터 골라내는 게 일과다. 대출 광고부터 신차 홍보까지, 매일 10장 가까이 팩스 광고가 들어온다. 불필요한 팩스로 낭비되는 토너와 종이가 아까워 발신자에게 일일이 전화해 수신을 거부해도 또 다른 발신번호로 광고 팩스가 들어왔다. A씨는 "이면지는 재활용을 해야 해 더 성가시다"며 "얼마 전 학교 팩스 번호가 바뀌고 나서는 잠잠한데 언제 다시 날아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스마트폰으로 문서나 사진을 전송하는 일이 일상화돼 이젠 구시대 통신기기로 여겨지는 팩스를 통한 광고가 여전히 위세를 부리고 있다. 때문에 원치도 않는 광고를 휴지통에 처넣어야 하는 이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3일 미래창조과학부 중앙전파거래소, 한국인터넷진흥원 등에 따르면 '팩스 스팸'은 관공서 학교 기업 등 수신처를 가리지 않고 발송된다. 제보를 받기 위해 항상 팩스를 켜놓는 언론사들은 물론 단속기관인 전파거래소 팩스도 예외가 아니다.

팩스 스팸은 휴대폰 광고메시지가 유행하면서 한동안 기세가 꺾였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피싱과 파밍 등 휴대폰을 이용한 다양한 사이버범죄가 잇따르자 다시 고개를 드는 추세다. 이런 팩스 발송에는 팩스 기계 없이도 인터넷으로 동시에 여러 곳에 문서를 뿌릴 수 있는 웹 팩스가 주로 이용된다. 한 대출업체 영업사원은 "효과가 있기 때문에 과거 거래가 있었던 고객 위주로 보내는 것"이라며 "수신거부 요청을 하면 발송 리스트에서 제외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신거부 요청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C은행 계열사라는 한 대출업체는 광고지에 '연락 주시면 즉시 보내지 않겠다'는 문구와 함께 전화번호를 적어놨지만 막상 전화를 걸면 "삐" 소리와 함께 바로 끊어진다. 각 업체별로 영업사원이 여러 명이라 한 명에게 수신거부 요청을 해도 다른 사람이 보내거나 웹 팩스로 발신번호를 조작하기도 한다.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상 수신자 동의 없이 팩스 광고를 보내는 것은 불법이다. 연락처 등 발신자 정보와 수신동의 철회방법 등 법이 정한 내용을 광고에 명시하지 않으면 행정처분(3,000만원 이하 과태료)을 받고, 금융기관을 사칭한 대출 광고는 검찰에 고발된다. 지난해 25개 업체가 적발돼 검찰에 송치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전용번호(118)로 신고를 받아 중앙전파거래소가 단속을 함에도 팩스 스팸이 끊이지 않는 것은 업체들이 발신 정보를 감추고 타인 명의의 휴대폰(대포폰)을 사용해 추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전파거래소 관계자는 "팩스 대출 광고는 대부분 불법업체가 보내는 것"이라며 "대형은행을 사칭하지만 정작 은행에서는 팩스로 광고지를 보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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