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공무원 보수를 평균 1.7% 인상하면서 3급 이상 고위직 공무원은 인상분을 반납하도록 한 것을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 분담을 내세웠지만 실은 공공기관 개혁을 더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명분 쌓기 성격이 짙다. 더구나 부처 협의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 것으로 드러나 공무원들 사이에 볼멘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3일 국무회의를 열어 '국가ㆍ지방 공무원 보수 및 수당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공무원 보수와 수당을 총액 기준으로 전년 대비 1.7% 인상하되 3급 이상(지방직 포함)은 인상분을 반납, 전년도 보수를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3급 이상 공무원의 인상분 반납은 경제위기 극복 차원에서 반납을 결정한 1990년 이후 24년 만이다. 1997년 외환위기 때는 2급 이상, 2001년에는 1급 이상 기관장이 인상분을 반납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박근혜 대통령이 올해 받는 연봉(직급보조비 등 제외)은 인상분 385만1,000원을 뺀 1억9,255만원이며, 정홍원 국무총리는 1억4,928억원, 각 부처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은 1억977만원, 차관과 각 시ㆍ도지사 및 광역시장은 1억661만원이다.
안전행정부 관계자는 "국가의 재정 여건과 당면한 경제위기를 고려해 국민과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에서 인상분 반납이 이뤄졌다"며 "각 부처는 물론 지방자지단체에도 협의 통보를 했다"고 밝혔다. 올해 인상률 1.7%는 2011년 5.1%, 2012년 3.5%, 2013년 2.8% 등 최근 3년간 공무원 보수 인상률에 상당히 낮은 수준이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2.3%)보다도 낮아 실질임금은 감소했다는 것이 안행부의 설명이다.
올해 공무원 총 인건비는 28조원으로, 정부는 인상분 반납으로 230억원 가량의 예산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납된 인상분은 일단 국고로 귀속된 뒤 필요한 사업이 있으면 해당 재원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하지만 반납분이 올해 공무원 총 인건비의 1%에도 못 미칠 정도로 재정절감효과가 미미해 철도파업 이후 뒤숭숭한 민심을 달래고 공공기관 개혁을 더 강하게 밑어 붙이기 위한 '보여주기 행정'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올해 경제성장률을 3.9%(지난해 2.8%)로 전망하면서 경제가 어려우니 공무원 임금을 반납하라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국가 재정을 걱정한다면 임금을 동결하거나 삭감하면 되는데 퇴직 후 연금에선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인상 후 반납이라는 복잡한 절차를 거치면서도 고통 분담을 말하는 것도 옹색하다"고 말했다.
대상 공무원들 대다수가 언론 보도를 통해 반납 사실을 알 정도로 부처 협의가 형식적으로 이뤄져 결국 정부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일부 공무원들만 희생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중앙부처의 1급 공무원은 "인상분 반납 소식을 오늘 뉴스를 보고 처음 알았다"며 "정부 방침이니 따라야겠지만 사전에 전혀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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