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낯설다. 언제부터 그렇게 착했니?"(천송이가 CF 위약금을 사비로 물어준다고 했을 때 엄마가 보인 반응)
"천송이가 랩을 한다. 송송송~"(천송이가 차를 몰고 학교에 가면서)
"잘못이 있을 때만 숨어. 아무 때나 숨지 말고!"(도민준이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차 안에서 꼼짝 못하는 천송이를 보고)
"우리 누나 술은 절대로 세 잔 이상 안 되요. 개 되거든요."(천송이의 전 매니저가 남긴 편지 중)
이토록 위트 있는 대사가 또 있을까. 억지로 웃을 필요가 없다. 적재적소에 등장하는 짧지만 긴 여운을 남기는 말의 향연이 드라마를 가득 채운다. SBS 수목극 '별에서 온 그대' 말이다.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과 MBC '역전의 여왕' '내조의 여왕' 등을 집필했던 박지은 작가가 만들어내는 조미료 같은 대사들이 드라마의 재미를 한껏 높인다. 예능 프로그램인 KBS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고 MBC '무한도전'의 한 장면인 듯도 하다.
위에서 열거한 것 이상으로 연이어 터지는 톡톡 튀는 대사들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2일 방송분의 시청률 24.6%(닐슨코리아 제공)라는 수치가 대변한다. '개그콘서트'의 유행어 "~제가 할게요" "낯설다~" 등과, 전지현 김수현이 출연한 영화 '베를린'과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의식한 듯한 "북한에서 왔니?", 배우 이영애를 연상시키는 "라면 같이 먹을래요?" 등의 재치 있는 대사가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이 드라마에 날개를 달아준 것 같다. 2000년대 초반 KBS와 SBS에서 예능 방송 작가로 활동한 박 작가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대사로 웃음을 주는 포인트를 잘 파악했다. 결국 박 작가의 필력이 엉뚱하면서도 코믹하게 연기하는 전지현과 합을 이뤄 최상의 하모니를 연출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다. 지난달 19일 방송에서 천송이가 외모 관리 방법에 대한 질문을 받고는 천연 항생물질 프로폴리스와 수면 유도제 프로포폴을 헷갈리며 "프로포폴을 애용한다. 정말이지 효과 짱이다. 몸이 날아갈 것 같고 기분도 좋아진다"고 말해 폭소를 자아냈지만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된 여배우들의 프로포폴 투여를 꼬집었다는 점에서 이 대사에는 뼈가 있었다. 비록 드라마라고는 해도 전지현이라는 여배우가 프로포폴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린 것은 시청자가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베를린'에서 보았던 전지현의 연기가 더 깊이 있고 진정성 있게 다가오는 것은 대사가 주는 감칠맛 때문이다.
전지현이 코믹을 담당한다면 김수현은 그 완급을 조절한다. 그의 진지한 연기와 무게감 있는 대사 또한 일품이다. 김수현은 400년 전 지구에 나타난 외계인 도민준을 연기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일어날 일은 일어나게 돼있어요. 지구인들은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르더군요" "인생은 인간이 철들만큼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거든" 등 김수현의 대사와 차분한 목소리가 극의 중심을 잡아준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연기가 힘들다"던 김수현의 부담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SBS 측은 "박 작가 특유의 감칠맛 나는 대사가 앞으로 패러디나 카메오 배우를 통해 더 돋보일 것"이라며 "방송 말미의 짤막한 에필로그도 그냥 지나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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