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이라면 으레 어린이나 가족용이라 여기기 마련. 지난 주부터 주문형비디오(VOD)로도 즐길 수 있는 한국 애니메이션 '사이비'는 이런 고정관념을 뒤흔든다. 장면 곳곳에 긴장감이 깃든 스릴러이면서도 한국사회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담고 있다.
영화는 수몰예정지구 한 마을이 배경이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마을주민들은 한 개척교회에 마음을 기대는데 이 교회의 장로 경석은 현상수배범이다. 주민들이 받을 보상금을 노린 경석의 음모를 우연히 알아챈 사람은 마을의 망나니 민철이다. 민철은 경석을 현상수배범이라 경찰에 신고하지만 사람들은 자신들이 구원 받지 못할까봐 경석의 존재를 부인하며 그를 보호한다. 결국 민철의 폭력과 경석의 음모가 부딪히며 극은 파국으로 향한다.
영화는 종교를 향한 사람들의 맹신을 다루면서 우리 사회의 여러 현실에 대해 질문을 던진다. 당신들이 열렬히 지지한 정치지도자가 혹시 가짜는 아니냐고, 그들에 대한 절대적인 지지 때문에 그들의 흠결을 제대로 못 보고 이를 고발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4대강 사업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면이 여럿 있어 흥미롭다. 비판적 시각을 거두고 봐도 스릴러로서의 영화적 재미를 준다. 연상호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연 감독은 중학교 동창들의 어두운 과거를 통해 한국사회의 계층간 갈등을 고발했던 데뷔작 '돼지왕'으로 평단의 주목을 받았다. 15세 이상 시청 가.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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