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과 사실 오류 논란이 불거진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에 대한 학생과 학부모들의 반발이 거세지며 이 교과서를 쓰기로 결정했던 고교들이 잇따라 채택을 철회했다. 검정과정에서부터 논란이 됐던 교학사 교과서의 채택을 둘러싸고 일선 학교에서 혼란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서울 창문여고, 수원 동우여고, 수원 동원고, 여주 제일고, 양평 양서고, 경남 합천여고,창녕고, 지리산고, 대구 포산고, 충남 서일고 10개 학교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고, 한국사 교과서를 재선정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2일 채택 철회를 결정한 경북 성주고, 성남 분당영덕여고, 파주 운정고에 이어 교학사 교과서를 쓰지 않기로 한 학교는 13곳으로 늘었다. 당초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학교는 전국 15개교로 알려졌다.
이날 한국사 교과서를 바꾸기로 한 수원 동원고 관계자는 "여러 분야에서 결정을 재고하라는 목소리가 높아 교과협의회에서 재검토한 결과 교학사가 아닌 다른 출판사 교과서를 채택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들 학교들이 교과서를 다시 선정하기로 한 것은 학교의 업무가 마비될 정도로 반대여론이 극심했기 때문이다. 특히 해당 학교의 학생들의 반발이 컸다. 앞서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내용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가 붙었던 수원 동우여고와 같은 재단 소속인 동원고에선 학생 40여명이 이날 오전 교내에 대자보 10여개를 붙였다가 학교측에 의해 3분 만에 철거되는 일이 벌어졌다. 학생들은 대자보에서 "우리는 정치를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상식과 교육을 이야기하고 있다. 올바른 역사와 정의로운 가치관을 배우고 싶다"고 주장했다. 이 학교의 한 교사는 "학생들이 어떻게 이런 교과서를 채택했느냐고 따지고 드는데 얼굴이 뜨거워서 혼났다"고 토로했다.
서울 창문여고 앞에선 이날 오전 강북지역시민모임과 서울교육단체협의회 등 교육시민단체들이 채택 철회를 촉구하며 시위를 벌였고,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했던 고교의 인터넷 게시판 등에선 학생, 학부모, 교사들의 항의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편 울산 현대고와 전주 상산고(교학사ㆍ지학사 채택)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고수하기로 했다. 현대고 관계자는 "현재까지 교학사 교과서 채택 철회 등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일선 고교들이 잇따라 교과서를 재선정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교학사 관계자는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교과서를 선정한 것인데 일부에서 학교 이름을 일일이 거명해 여론몰이로 채택된 교과서를 끌어내리는 상황"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야당 의원들은 6일 전국 고교의 한국사 교과서 채택 결과를 집계해 발표할 예정이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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