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민주당 의원의 내란음모 혐의 입증에 핵심으로 꼽히는 지난해 5월 이른바 RO(Revolution Organizationㆍ지하혁명조직) 모임 녹음파일과 녹취록이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됐다. 그간 변호인단은 이 파일들이 위법하게 녹음돼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앞으로 법정에서 녹취파일이 재생될 예정이며 향후 공판의 쟁점은 당시 모임에서 오간 대화를 내란음모로 볼 수 있는지로 모아지게 됐다.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는 3일 이석기 의원 등 7명에 대한 30차 공판에서 그동안 증거 채택을 보류해 온 녹음파일과 녹취록을 증거로 받아들였다. 채택된 녹음파일은 검찰이 제출한 47개 파일 중 32개(약 50시간 분량)로, 지난해 5월 10, 12일 각각 경기 광주 청소년수련원과 서울 합정동에서 열린 모임 녹음이 포함됐다. 5월 모임은 국가기간시설 폭파계획 등 내란음모 혐의 입증에 결정적인 대화들이 오간 회합이었다.
재판부는 녹음파일의 증거 채택과 관련해 "은밀히 행해지는 조직범죄의 경우 내부자 협조가 있어야만 증거 확보가 가능하다"며 "이 사건의 경우 수사기관이 통신제한조치허가서(감청영장)를 직접 집행하지 않고 제3자(제보자)를 통했더라도 통신비밀보호법이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경우에 해당해 적법하다"고 밝혔다. 이어 "통신비밀보호법상 대상과 범위를 일탈하지 않은 녹음파일 증거는 적법한 만큼 증거능력을 인정하되, 포렌식(과학수사) 전담 수사관이 지정되지 않아 무결성ㆍ동일성 확보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2012년 8월 10일 이전 녹음파일 15개(2012년 6월 21일자는 제외)는 증거로 채택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녹취록에 대해서는 "일부 내용에 불일치가 있다고 해서 증거능력 판단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며 "다만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은 녹음파일에 대해서는 관련 녹취록도 그로부터 파생된 증거인 만큼 증거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증거능력 인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했고 검찰도 일부 파일을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부당하다며 즉각 이의신청을 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가장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을 고려했다"며 모두 기각했다.
RO 조직원이었던 제보자의 진술을 뒷받침할 녹음파일과 녹취록이 증거로 채택되면서 2개월 넘게 진행된 재판은 새 국면을 맞게 됐다. 그동안 핵심증거에 대한 증거 채택 여부 결정이 잇따라 보류되고 이 과정에서 제보자 진술의 신빙성 논란, 녹취록 오기 논란 등이 빚어지며 검찰이 수세에 몰리기도 했다. 검찰은 그러나 모임 당시 오간 대화가 고스란히 담긴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공개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변호인단은 녹취파일의 증거 채택은 예상했던 결과여서 재판에 불리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변호인단은 "채택된 증거가 내란음모 혐의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음을 법정에서 밝히겠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6일까지 증인 심문을 모두 마치고 7일부터 32개 녹음파일을 법정에서 모두 재생해 들으면서 증거 조사를 할 예정이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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