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의 스릴러 사랑은 올해도 여전하다. 의상과 액션 등 볼거리로 무장한 사극이 블록버스터를 책임진다면 중급 규모 영화들은 스릴러들이 채우는 형국이다.
범죄자와 형사의 추격 등을 그린 단순형 스릴러는 많이 줄었다. 변형된 다양한 스릴러들이 제2의 '추격자' 자리를 차지하려 다툼을 벌인다. 한 아버지가 딸의 살해자를 죽인 뒤 벌이는 도주극을 그린 정재영 주연의 '방황하는 칼날'(감독 이정호)이 대표적이다. '무명인'(감독 김성수)은 일본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를 캐스팅해 기억에 얽힌 서스펜스를 직조해낸다. 아내의 시신을 본 뒤 아내로부터 걸려온 전화를 받게 되면서 혼돈에 빠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위험한 소문: 찌라시'(감독 김광식)도 증권가 소식지(일명 찌라시)를 소재로 삼은 이색 스릴러다. 찌라시 때문에 목숨을 잃은 여배우의 진실을 파헤치는 매니저의 모험을 다룬다. '몬스터'(감독 황인호)는 연쇄살이범에게 복수극을 펼치는 한 여자를 중심에 둔다.
중견 유명 감독들의 귀환도 올해 극장가의 주요 특징이다. '아저씨'로 충무로 액션영화의 새 장을 연 이정범 감독이 장동건을 킬러로 변신시킨 '우는 남자'로 돌아온다. 충무로의 재주꾼 장진 감독은 여자가 되고 싶은 강력계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 '하이힐'로 3년 만에 복귀한다. '방자전'의 김대우 감독은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한 사랑이야기 '인간중독'으로, '도가니'의 황동혁 감독은 스무 살 시절 육체로 돌아간 한 할머니의 웃기는 소동을 담은 '수상한 그녀'로 관객들과 다시 만난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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