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로는 옛 시대에 기대 호황의 고지를 지키려 한다. 스타 감독과 스타 배우가 사극에 집결한다. 할리우드는 검증된 대형 영화로 실지 탈환을 노린다. 블록버스터의 속편이 박스오피스 정상에 도전한다. 올해 극장가를 놓고 다툴 충무로와 할리우드의 대비되는 흐름이다.
충무로 "사극 없인 못살아"
올해 충무로는 사극으로 시작해 사극으로 끝낼 모양새다. 100억원 이상을 쏟아 붓는 블록버스터 대부분이 사극이다. 사극은 현대물보다 제작비가 20~30% 가량 더 드는 고비용 장르다. '최종병기 활'과 '광해, 왕이 된 남자' '관상' 등 최근의 사극 흥행 릴레이가 사극 붐을 불렀다.
첫 칼은 '조선미녀삼총사'(감독 박제현)가 29일 빼 든다. 제목이 할리우드 영화 '미녀삼총사'를 연상시키는 이 영화는 조선의 여자 현상범 사냥꾼들을 스크린에 세운다. 하지원, 강예원, 가인(걸그룹 브라운 아이드 걸스 멤버)이 미녀삼총사로 나선다. 바통은 '역린'(감독 이재규)이 이어받을 전망이다.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가 암살됐다는 허구를 중심으로 피비린내 나는 권력 다툼을 그린다. 마케팅비 등을 제외한 순제작비만 100억원대다. 군 복무로 스크린을 떠났던 현빈(정조)의 복귀작이다. 정재영, 조정석 등이 출연진에 무게를 더한다. 드라마 '다모'와 '베토벤 바이러스'로 스타PD가 된 이재규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여름에는 '군도: 민란의 시대'(제작비 150억원 가량)가 극장가를 찾는다. 조선 철종시대 탐관오리들에 맞선 도적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하정우와 강동원이 출연한다. 이경영, 이성민, 조진웅 등 조연진도 만만치 않은 이 영화는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윤종빈 감독이 연출한다. 160억원을 들인 '명량-회오리 바다'도 여름 개봉을 저울질 중이다. 이순신 장군의 명량해전을 스크린에 세묘하는 대작으로 최민식(이순신), 류승룡이 주역을 맡았다. '최종병기 활'의 김한민 감독이 다시 사극으로 흥행몰이에 나선다.
하반기에도 두 편의 대형 사극이 포진한다. 김남길과 손예진이 주연하고 150억원을 쏟은 '해적: 바다로 간 산적'(감독 이석훈)은 고래가 삼킨 조선 국새를 찾아나선 해적과 산적의 대결을 그린다. 드라마 '추노' 등으로 유명한 천성일 작가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펼쳐지는 액션물이다. 제작비 100억원대의 '협녀: 칼의 기억'은 이병헌과 전도연이 '내 마음의 풍금'(1999) 이후 15년 만에 조우하는 영화다. '인어공주'의 박흥식 감독이 한국형 무협영화 완성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할리우드 속편의 역습
지난해 한국 영화 시장에서 할리우드는 찬밥 신세나 다름 없었다. 흥행 순위 10위 안에 '아이언맨 3'(3위)만 이름을 올렸다. 개봉작 기준 관객 점유율도 36.5%에 그쳤다. 세계 시장을 호령하는 맹주의 체면을 구긴 셈이다.
올해는 대작 속편들로 반격을 꾀한다. 포문은 3월6일 '300: 제국의 부활'(감독 노암 머로)이 연다. 2007년 국내에 스파르타 열풍을 일으켰던 '300'의 후속편이다. 고대 페르시아군과 그리스군의 살라미스해전을 그렸다. 같은 달 27일에는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저'가 박스오피스 점령에 나선다. '퍼스트 어벤저'(2011)의 속편이다. 초인 캡틴 아메리카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로 크리스 에번스와 스칼렛 조앤슨, 사무엘 잭슨이 출연한다.
4월30일엔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가 개봉한다. 정전으로 뉴욕을 마비시키려는 악당에 맞선 스파이더맨의 활약과 사랑을 담았다. 전작 '어메이징 스파이더맨'(2012)은 국내에서 485만명을 모았다. 실제 연인인 앤드류 가필드와 엠마 스톤이 1편에 이어 마크 웹 감독 지휘 아래 호흡을 맞췄다. 5월 개봉하는 '엑스맨: 데이즈 오브 퓨처 패스트'도 첨병 역할을 할 대표 속편이다. '엑스맨' 시리즈를 반석 위에 올린 브라이언 싱어 감독이 11년 만에 돌아와 만드는 최신 '엑스맨'이다.
여름엔 '트랜스포머4'(6월27일)와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7월17일)을 만날 수 있다. '트랜스포머'는 3편까지 2,272만명을 동원한 괴력의 시리즈다. 4편에선 샤이아 라보프 등 기존 출연진을 물갈이하고 마크 월버그와 니콜라 펠츠 등을 내세웠다. 감독은 이번에도 마이클 베이다.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1편 '혹성탈출: 진화의 시작'(2011)에서 침팬지 시저의 지휘로 우리를 탈출했던 유인원과 인간의 본격적인 대결을 그린다.
겨울 극장가를 찾을 '헝거게임: 모킹제이 파트1'과 '호빗: 또 다른 시작'도 관객이 주목할 할리우드 속편이다.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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