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는 영웅만의 것이 아니다. 중국 역사상 가장 혼란했던 춘추전국시대는 제자백가의 시대였다. 그들의 통찰력과 심원한 학문, 그리고 철학적 사유는 창칼이 부딪치는 전장 주변에서 가장 빛났다. 이들의 뿌리 깊은 사상이 언제 자신의 심장을 노리는 화살촉으로 돌아올지 두려워한 나머지 기원전 213년 천하를 통일했던 진시황은 옥좌에 앉자마자 과 등 제자백가의 책들을 모두 불사르라는 명령을 내렸을 정도다. 난세는 비단 2,000년 전 중국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지난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앞에도 외양만 바뀌었을 뿐 총칼이 난무하는 혼돈의 난세가 펼쳐지고 있다. 그만큼 제자백가의 지혜가 필요한 시기라는 얘기다.
책은 제자백가의 책 가운데 , , , 등 10권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내 현대적인 의미를 담아 독자에게 전달한다. 맹자의 묵직한 시대의식과 장자의 천진무구한 삶, 여불위의 난세를 꿰뚫는 지략과 묵자의 인간에 대한 탐구, 통치술과 제왕학으로 표출된 한비자의 무서운 지성과 무위를 추구한 열자의 인생관까지 시대를 초월하며 읽히는 고전의 위대한 사상과 철학들이 흥미진진한 이야기들과 함께 독자들을 찾아간다.
한비자 편에는 '화씨의 벽'으로 잘 알려진 초나라 사람 화씨의 이야기가 나온다. 산에서 돌을 수집하던 화씨는 보잘것없는 돌덩이를 얻었다. 그는 이를 잘 다듬으면 보석이 될 것으로 생각해 초나라 군주인 여왕과 무왕에게 돌을 바치지만 이들은 "쓸모없는 돌"이라며 오히려 화씨의 양 발목을 잘라버린다. 하지만 이후 문왕은 보물의 가치를 알아달라는 화씨의 호소를 듣고 돌을 다듬어 결국 둘도 없는 보석을 얻게 된다. 이 이야기를 통해 초야의 인재를 발굴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그리고 정치개혁을 군주에게 건의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은유적으로 보여준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화문학의 정화로 불리는 에는 허허로운 시공 속에서 유유히 사유하는 지식인의 낭만이 가득하다. 무위자연과 절대자유의 경지를 보여주는 문구들은 하나같이 찌든 삶을 사는 현대인에게 청량감을 준다. 곤과 대붕(신화 속 거대한 물고기와 새)이 등장하는 '소요유'편을 소개하는 저자는 "높은 산에 오르면 빌딩 숲도 웅장한 건축물도 모두 잡동사니에 불과하다"며 "사유하는 영역에 따라 사람은 산비둘기가 될 수도 있고, 혹은 대붕이 될 수도 있음을 알기 바란다"고 말한다.
양홍주기자 yang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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