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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적인 것에 대한 수탈과 사유화 막을 대안 사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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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적인 것에 대한 수탈과 사유화 막을 대안 사회는?

입력
2014.01.03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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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 '다중' 이은 완결편… 정치사상가 네그리·하트 공동 집필토지·철도·의료·미디어·금융 등의 사유화와 그에 대한 저항 통해다중이 만드는 대안적 모습 제시

지난해 여름 터키 이스탄불의 탁심 광장에서 인근 게지 공원 재개발에 반대하는 평화 집회가 열린 뒤 대규모 반정부 시위로 번졌다. 브라질에서는 버스 요금 인상에 반대하던 집회가 월드컵 경기장에 대한 거액 투자를 비판하는 시위로 커졌다. 지난해 말 서울시청 광장에는 철도민영화에 반대하는 시민 10만명이 운집했다. 이 같은 사회적 흐름을 어떻게 봐야 할까. 각 지역의 사회 이슈가 우연히 비슷한 시기에 터져 나온 것일까.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정치사상가 안토니오 네그리와 그의 사상적 동반자인 마이클 하트 미국 듀크대 교수의 저작 에 따르면 이들 사건은 한 데 묶을 수 있는 분명한 근거가 있다. 문제의 근원은 소유에 있었다. 저자들은 반정부 시위 대부분의 원인을 토지, 철도, 의료, 미디어, 금융 등 사회 전반에 걸쳐 모든 사람에게 개방되는 '공통적인 것'의 사유화와 이에 대한 저항에서 찾는다. 전작 (2000)과 (2004)을 통해 세계 정치ㆍ경제를 분석하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던 저자들의 3부작 완결편이다. 은 세계화의 허울 아래 강대국이 전세계적인 지배 네트워크를 완성해 가는 양상을 다루고 있고 은 네트워크적인 제국화에 대항하는 대안세력인 다중의 출현을 설명한 책이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왜 지금 공통적인 것을 이야기할까. 네그리와 하트는 자연이 주는 공기와 물은 물론 사회적 상호작용의 필수요소인 언어와 몸짓, 지식, 정보 등의 문화적 생산물까지 사유화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지금을 사유화에서 공통적인 것의 시대로 가는 전환기로 보고 "독자들이 자신의 시각을 다시 가다듬어 이미 존재하는 공통적인 것과 그것이 할 수 있는 바를 인식하도록 돕는 것이 출간 의도"라고 서문에서 밝히고 있다.

책의 전반부(1~3부)는 공통적인 것의 존재를 은폐하는 세 가지 틀인 공화국, 근대성, 자본에 대한 철학적ㆍ역사적 탐구다. 소유 공화국, 자본주의적 근대성, 수탈적 금융자본 형태로 현실에 존재하는 이러한 틀은 공통적인 것의 발전을 방해한다. 하지만 저자들은 마르크스부터 프랑크푸르트학파, 하이데거, 푸코에 이르는 현대철학사를 되짚으며 역사적으로 이 세 개념에 저항하는 빈자다중, 대안근대성, 삶정치적 생산이라는 대안도 함께 출현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이 이 같은 역사의 낙관적 방향을 확신하는 중요한 근거로 삼은 것이 푸코의 용어에서 따온 '삶정치'다. 삶정치는 저항하는 대안적 생산을 낳는 힘으로 정의할 수 있다. 서비스와 감정노동처럼 사회적 관계의 생산이 점차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게 오늘날의 현실이다. 노동과 삶의 경계가 흐려지면서 소유하기 어려운 공통적 형태를 띠는 생산물도 늘고 있다. 이 같은 환경에서도 자본은 지적재산권의 형식 등을 통해 삶정치적 노동이 만드는 공통적인 생산물까지 광범위하게 수탈하고 이는 곧 공통적인 것을 둘러싼 자본과 노동의 투쟁 및 노동계급의 탈출로 이어진다. 따라서 삶정치적 생산은 그 자체로 다중을 만드는 역할을 하며 다중은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지탱하는 기초가 된다.

후반부(4~6부)는 다중의 현 상태와 잠재력을 가늠하기 위한 공통적인 것의 현황에 대한 정치ㆍ경제적 분석이다. 통치가 아닌, 정치적 권위가 부재한 상황에서 그때그때 가변적인 방식으로 규범을 생산하는 규제구조인 전지구적 협치를 논의하고 자본주의적 명령 기구들도 함께 탐구한다. 저자들은 신자유주의의 성취가 부와 소득의 생성이 아닌 재분배에 가까워 신자유주의는 그 자체로 지속 불가능하다고 믿는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적 환상을 옹호하는 것은 아니다.

책은 하이데거와 푸코, 들뢰즈로 이어지는 서양 철학 연구를 통해 사회적 삶의 본질을 묻고 있어 쉽게 읽히는 편이 아니다. 하지만 현대 권력 질서의 변화를 읽는 중요한 키워드를 제공하고 있어 정독해 볼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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