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시대 암각화에서 인공위성을 토대로 컴퓨터를 이용해 그린 최신 지도까지 지도는 인류의 가장 오래된 커뮤니케이션 도구다. 그러면 "지도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답은 "그렇다"이다.
최초의 지도에 당시 사람들의 간절한 마음이 표현돼 있는 걸 보면 지도가 정보를 전달하는 수단 이상의 힘을 지닌 것을 알 수 있다. 고대 이집트 지도는 죽은 영혼을 사후세계로 인도하였고, 중세에 제작된 '마파 문디'지도는 기독교 신앙을 전파하려는 목적이었다.
지도는 또한 항해자가 신속하게 이동하게 하거나(마카엘 메르카토르의 아메리카 지도), 신세계 발견에 도움이 됐으며(제임스 쿡의 뉴질랜드 지도), 여행객을 인도하는(포이팅거의 로마제국 전체의 도로 지도) 등 다양한 목적으로 쓰였다. 만일 영국 제도사 해릭 벡이 1935년에 만든 지도가 없었다면 미로처럼 복잡한 런던 지하철을 타고 목적지까지 무사히 가기 힘들었다. 지도학적 식견에 없었다면 유럽의 정복자들은 남미 아즈텍 제국을 붕괴시킬 엄두도 내지 못했을 것이다.
지도는 이밖에 아그리파의 로마제국 지도에서부터 아돌프 히틀러의 오스트리아 합병지도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정치선전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국경의 위치가 바뀔 수 있고, 지명이 변할 수 있고, 지형지물은 누락될 수 있다.
현대의 과학자들은 기후 변화를 경고하고, 질병의 확산을 보여주기 위해 지도를 사용한다. 지도로 표현된 영토는 이해될 수 있고, 통제될 수 있고, 그것으로부터 이익을 얻을 수도 있다.
이처럼 지도는 우리 세상을 변화시켜 왔다. 는 세상을 바꾼 지도 100장을 골라 그에 얽힌 이야기를 하나씩 말해주고 있다. 저자는 인류가 세상을 바꾸기 위해 지도를 이용한 흥미진진한 방식들을 역사적으로 탐구하고 있다. 제국의 형성과 군사 기동, 정치 선전, 기도와 재정, 보건 그리고 길을 찾기 위해 지도가 활용돼 온 방식들을 심도있게 다루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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