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책의 내용을 논하면서 당시 책이 어떻게 인쇄됐으며 어떤 유통구조를 통해 보급됐는지는 왜 아무도 묻지 않을까. 저자는 이런 의문을 품고 고려시대를 출발점으로 삼아 선조들이 남겨 놓은 책과 독서문화, 지식의 풍경과 흔적을 찾아간다. 민간 출판사가 이미 존재했던 중국이나 일본과 달리 국가가 인쇄와 출판을 독점했던 조선시대에 발행할 책은 누가 어떤 기준으로 선별했는지, 책값은 얼마였고 책을 만드는 종이는 어떻게 생산됐는지, 서점은 왜 만들어지지 못했는지, 전쟁은 책을 어떻게 죽이고 살렸는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주제를 망라한다.
한문학과 교수인 저자는 희귀한 고서들의 자료 사진과 관련 그림을 곁들여 당시 책을 둘러싼 사람들의 일상을 살펴볼 수 있게 돕는다. 수입한 중국 서적에 오자가 많아 사신에서 항의한 사건이나 전란 때 불타 소실된 책들로 인해 과거를 치르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 서점 설치를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가 끝내 만들어지지 못한 사연 등 흥미진진한 책의 역사가 펼쳐진다. 천년의상상 발행ㆍ548쪽ㆍ2만5,000원.
고경석기자 kav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