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립미술관이 설치미술 작품을 전시한 뒤 작가에게 돌려주는 과정에서 작품을 망가뜨려 9,000만원을 배상하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부장 이인규)는 설치미술가 채미현(58)씨가 “전시작품 반환과정에서 작품을 망가뜨렸다”며 서울시립미술관을 운영하는 서울시를 상대로 낸 1억1,000만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서울시는 채씨에게 9,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3일 밝혔다.
채씨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핵심사업인 ‘한강 르네상스’ 사업 홍보를 위해 개최된 ‘“배를 타고 가다가” 한강르네상스, 서울展’에 ‘시지프스의 신화 200801’이라는 제목의 설치 작품을 출품했다. 물줄기에 레이저를 투사해 반짝거리도록 만든 채씨의 작품은 전시기간인 약 2달 동안 문제없이 작동했다.
하지만 작품을 해체해 반환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담당 큐레이터는 작품의 취급방법에 대해 운송업체에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고, 운송업체는 특별한 포장 없이 바닥에 발포제만 깔아 작품을 배송했다. 이에 채씨는 “배송 과정에서 레이저장치 등 작품의 기계부분이 손상돼 예술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완전히 상실했다”며 2011년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서울시립미술관은 운송업체에 운송상 주의의무를 명확히 알려줘 작품의 손상을 방지할 의무가 있다”며 “작품의 예상거래가인 1억3,000만원에서 경비를 제외한 8,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시립미술관은 이 재판의 변론이 끝날 때까지 약 5년 6개월에 이르는 기간 동안 보험금 지급 등 적절한 배상도 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대해 위자료 500만원도 함께 지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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