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출발이었다. 원화 가치는 치솟았고,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1월 효과'에 대한 기대는 무색해졌다. 장밋빛 전망이 우세했던 2014년 금융시장에도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2일 코스피지수 하락폭은 2.20%(44.15포인트). 개장 첫날 주가 하락폭으로는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2.30%) 이후 가장 크다. 2000년대 이후 개장 첫날 주가가 하락한 것도 2008년과 2005년(-0.25%) 등 두 차례에 불과했다.
이날 증시 급락은 환율공포 탓이 컸다. 원화 가치가 뛰면서 원ㆍ달러 환율과 원ㆍ엔 환율이 모두 5년여만에 최저치로 추락했고, 이것이 대형 수출주인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대장주들의 주가를 밀어내면서 지수 낙폭 확대로 이어졌다. 이경수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코스피의 상단을 제한하는 요인은 엔화 약세와 작년 4분기 기업실적에 대한 불안감"이라며 "1월 효과로 불릴 만큼의 높은 수익률에 대한 기대감은 줄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채권시장도 흔들렸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마지막 거래일보다 0.06%포인트 오른 2.91%에 거래를 마감했으며, 국채 5년물과 10년물 금리도 각각 0.08%포인트, 0.10%포인트 급등했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 가격이 떨어졌다는 의미. 외국인들이 불안감에 차익 실현에 나섰다는 진단이 나온다.
향후 금융시장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물론 세계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지만 엔저공습 등 급격한 환율변동,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수출기업 전반에 대한 실적불안, 그리고 미국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 이탈 등 악재들이 만만치 않은 탓이다.
이날 환율이 주가 급락을 이끌었듯 당분간 금융시장은 환율 추이에 따라 춤을 출 공산이 크다. 무엇보다 일본 엔화의 약세 기조는 금융시장에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미국은 풀어놓은 달러를 거둬들이고 일본은 여전히 엔화를 풀면서 엔화 약세는 거스르기 힘든 추세가 될 전망. 노무라증권 등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올해 달러당 엔화 값이 110엔까지 오를 것이라고 예측한다. 이렇게 되면 원ㆍ엔 재정 환율은 900원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엔화 대비 원화 가치는 지난해에만 20% 이상 절상된 상태라, 올해 추가로 엔저 공습을 받을 경우 수출업체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 정미영 삼성선물 리서치센터장은 "이런 수준의 엔저가 지속할 경우 삼성전자, 현대차 등 수출 기업들의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고삐를 죄고 있다. 환율 변동성을 줄이고 한국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원화 강세 심리를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환율에 큰 영향을 받는 중소ㆍ중견기업의 수출금융 지원을 확대하는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 중이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엔화 약세가 급격한 속도로 진행되면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현재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고 있으며 피해를 입는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날 충격이 구체적인 실체보다는 심리적인 요인이 많이 작용한 만큼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많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미국, 중국, 일본 등 주요국들의 정책이 윤곽이 잡히게 되면 1분기 중에는 안정세를 찾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이동현기자 na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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