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관저-문창 도로 건설비용은 당초 정부 예산안에 없었다. 현재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이라 결과가 나온 뒤에 예산을 책정해도 늦지 않고, 그리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1일 새벽 국회가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 지역신문들은 "강창희(대전 중구) 국회의장의 알찬 결실"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해당 증액분은 30억원, 여기에 외삼-유성복합터미널 연결도로 건설비도 18억원이나 더 늘었다. 국회의장 자리 덕에 나랏돈 50억원 가까이를 챙겨간 셈이다.
20조원이 넘는 올해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을 감안하면 적은 금액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가랑비에 옷 젖듯' 국회의원들이 저마다 지역 사업을 챙기느라 꼭 필요한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혈세가 낭비되고 있다. 특히 도로 건설은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을 받는 대표적인 선심성 사업이다. 그러나 올해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길을 낸다고 아우성이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4년도 예산이 국회 예산심의 과정에서 3,940억원 늘어 20조9,000억원으로 확정됐다. 이중 ▦4분의 1(958억원)이 도로 부문 ▦2분의 1(1,989억원)이 철도 부문 예산이다. 공교롭게도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의원들과 여야 실세(지도부)들의 지역구 도로가 대부분이다. 정당성과 필요성을 주장해도 지역 민원을 반영한 '쪽지예산'이란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다.
예결위만 따져보면 ▦이군현(예결위원장) 고성-통영 국도 ▦김광림(예결위 새누리당 간사) 기계-안동4 국도 ▦류성걸(예산조정 소위 위원) 대구 도심구간 복개 등이다. 적게는 5억원에서, 많게는 300억원 넘게 증액됐다. 강창희(국회의장) 이병석(국회부의장) 최경환(새누리당 원내대표) 박기춘(민주당 사무총장) 정성호(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 의원 등 여야 지도부 역시 지역구 철도 및 도로 예산을 더 늘렸다.
특히 대구지하철1호선 연장구간(대구 안심-경산 하양) 예산은 130억원이나 늘었는데, 최경환 의원의 "쪽지예산이다", "아니다"로 여야가 갈려 설전이 한창이다. 예정에 없던 사업들(여주-원주 철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등)이 국회에서 되살아난 사례도 많다.
도로 관련 예산 낭비는 지난해 국감에서도 지적됐다. 최근 10년간 개통된 고속도로 대부분이 엉터리 수요 예측을 통해 예산을 낭비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대부분 지역간 연결 도로라 해당 지역구 의원들의 입김이 들어갔을 텐데, 정작 국감에선 정부기관만 질타했다. 이러니 꼭 필요한 도로 및 철도 예산도 도매금으로 넘어가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국토부 관계자가 "국가적으로 꼭 필요한 사업들도 있기 때문에 무조건 비판만 할 문제가 아닌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지역 편중도 도를 넘었다. 한국일보가 올해 도로 및 철도 예산을 따져본 결과, 영남은 호남보다 4배 가까이 많은 예산을 따갔다. 부산ㆍ경남보다 대구ㆍ경북이 더 많아 권력의 중심추가 어디 있는지 금세 알아볼 수 있을 정도다.
무리한 도로 예산 배당은 결국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도로 건설은 3~5년이 걸려 추가 증액이 불가피한데, 다음해 추가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면 지자체가 감당해야 하거나, 최악의 경우 짓다 말 수도 있다. 지역민들 역시 타당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선심성 SOC 지역 예산을 타내기 위한 쪽지예산이 큰 문제이긴 하지만 현실적으로 걸러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결국 유권자가 자기 지역의 이익보다 공익을 중시한다는 점을 표로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주변 시선은 따가운데도 해당 국회의원들은 개의치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6ㆍ4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신의 치적을 홍보할 절호의 기회로 여기는듯하다.
고찬유기자 jutdae@hk.co.kr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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