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독자들로부터 변호사를 성토하는 전화를 여러 통 받았다. 대기업과의 소송에서 패소한 중소기업 사장의 딱한 사연부터 브로커에게 명의를 빌려주고 수수료를 챙긴 변호사에 대한 고발까지 내용도 다양했다. 공감 가는 이야기도 있고 억지 주장도 있지만 결론은 비슷했다. 의뢰인의 하소연에 진심으로 귀 기울이기보다는 돈만 밝히고 깨끗하지 못한 변호사들이 많다는 것이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 사연을 토대로 만든 영화 '변호인'이 개봉 14일 만인 1일 관객 600만 명을 돌파했다. 관객동원 속도가 역대 최고라니 '흥행 돌풍'이란 표현이 딱 들어맞는다. 그 이유를 어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향수에서 찾고, 다른 이들은 '역사의 시계'가 거꾸로 돌아가는 듯한 답답한 정치 현실에 빗대 해석한다. 법조기자로서 보자면 이 영화는 이 시대 변호인들의 어두운 자화상을 떠올리게 만든 작품이다.
우리 시대의 변호인은 영화 속 변호인처럼 사회적으로 존경받기는커녕 약자들의 외침에는 귀를 닫고 돈벌이에 매몰된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고위법관이나 검찰 출신의 전관 변호사들은 경험과 재능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쓰기보다 현직 때 직위를 발판으로 손 쉽게 돈을 버는데 익숙해져 있다. 남들은 평생 일해도 만져보지 못할 거액을 1년 만에 손에 쥐는 변호사가 있고, 대기업과 부유층 등 힘 있는 사람들의 이익만 대변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한 전직 대법관이 현직 때 재판을 맡은 사건과 관련해 퇴직 후 대기업 측 변호를 맡으면서 스스로 권위를 떨어뜨리기도 했다.
법률시장이 무한경쟁 체제로 진입했다지만 변호사 단체들이 지나치게 이익집단화 하고 있다는 점도 곱씹어 봐야 한다. 자신들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사안에는 한목소리를 내면서도 돈 없고 힘 없는 사람들의 절박한 사연은 외면하고 있다는 시각이 엄존하는 게 현실이다.
변호사들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것은 아직도 그들을 향한 사회적 요구와 윤리적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단순한 직업인이 아니라 시민들이 어려울 때 기꺼이 찾고 기댈 수 있는 존재이기를 바라는 것이다. 올해는 '이런 변호인을 추천한다'는 제보를 받고 싶다.
강철원 사회부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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