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는 기업의 얼굴이다. 소비자들은 제품이 됐든, 서비스가 됐든 브랜드를 통해 해당 기업과 만나기 때문이다. 그만큼 브랜드는 제품과 서비스의 성패는 물론이고 기업의 성장에도 영향을 미칠 만큼 중요하다.
브랜드 때문에 고민하는 기업들이 박용석 아이코닉브랜드 대표를 찾는 이유다. 박 대표는 브랜드전략가라는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직업을 갖고 있다. 브랜드 전략가란 회사 이름부터 제품, 서비스 이름 등 작명은 물론이고 기업가치를 브랜드에 녹여 넣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브랜드의 A부터 Z까지 모든 것을 총괄하는 전문가다.
LG하우시스 '지인', KT '올레' , 삼성물산 영문사명 'Samsung C&T corporation', CJ제일제당 '더 건강한 햄', ADT 캡스 'ADT 캄' 등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특히 2012년 미래에셋생명의 연금을 받는 종신보험에 소설가 로맹 롤랑의 '인생은 교향악입니다' 등 보험상품에 격언을 붙여 화제가 됐다. 지난해 기업들이 앞다퉈 찾으며 최고 브랜드 전략가로 부상한 박 대표를 2일 만나 올해 화두가 될 만한 브랜드 전략을 들어봤다.
박 대표의 진가를 드러낸 것은 2012년 12월 미래에셋생명의 새로운 보험 브랜드 전략 수립이 대표적이다. 당시 박 대표는 이상걸 미래에셋생명 대표에게서 긴급 'SOS 전화'를 받았다.
이 대표는 소비자들이 '미래에셋=펀드'라는 고정 관념을 갖고 있어 장기 가입이 필수인 보장성 보험 판매에 애를 먹는다고 하소연했다. 박 대표는 보험회사들이 판매에만 신경 쓰고 가입 후 소비자를 외면하는 점을 눈 여겨 보고 소비자 입장에서 '내일의 자산과 건강을 진심으로 보살펴 준다'는 느낌이 들도록 만든 상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참고해 미래에셋생명은 지난해 1월 말 판매 수수료를 선 지급 방식에서 보험료 납입기간(최대 7년)에 걸쳐 나눠낼 수 있게 바꾼 변액적립보험을 내놓았다. 어쩔 수 없이 조기에 계약을 해지할 때 생기는 고객 불만을 줄이기 위한 조치다.
박 대표는 여기에 감성적인 '진심의 차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이 상품은 출시 1년도 안 돼 1만2,000건 넘는 판매 기록을 세웠고, 지난달 31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2013년 최우수 금융신상품'에 선정됐다.
박 대표가 올해 브랜드 전략의 핵심으로 꼽은 것은 융합이다. 그는 "융합이 산업계 키워드로 떠오르면서 기업들의 사업 영역이 넓어지고 기존 경쟁 구도의 경계가 허물어 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따라서 그는 "변화하는 환경에서 기업이 어떤 정체성을 가져갈 지가 생존과 직결된다"며 "공급자 입장이 아닌 고객에 뿌리를 두고 고민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코닥과 제록스를 예로 들었다. 디지털카메라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코닥은 주요 수익원인 필름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필름 회사'로 남으려다 2012년 몰락했다. 반면 제록스는 기기 판매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서비스 개념을 도입해 문서 관련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문서 관리 솔루션 기업'으로 거듭나는데 성공했다.
박 대표는 "브랜드는 이름은 물론이고 해당 기업이 왜 존재하며, 앞으로 무엇을 할 것인 지 담는 정체성의 총합"이라며 "개성을 살리면서도 정체성을 강조하는 브랜드 찾기가 기업들의 숙제이자 성공의 열쇠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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