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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 아이가 세살배기에게 새생명 주고 하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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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 아이가 세살배기에게 새생명 주고 하늘로

입력
2014.01.02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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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삶을 마친 딸이 마지막으로 좋은 일을 하고 떠날 수 있게 된 것을 큰 위안으로 삼고 살겠습니다."

심장마비로 갑자기 쓰러져 뇌사상태에 빠진 네 살배기 여자 어린이가 세 살배기 어린이에게 자신의 심장과 함께 새 생명을 주고, 저 세상으로 떠났다. 신장 2개와 간장도 다른 환자들에게 기증돼 모두 4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

2일 전북대병원에 따르면 전북 완주군에 살던 정진아(4)양은 지난달 15일 집안에서 뛰어 놀다 갑자기 심장마비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 왔다. 소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아온 정양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상태에 빠졌다. 정양의 부모는 짧은 생이지만 딸이 특별하게 삶을 마감하고 떠날 수 있도록 정양의 장기를 기증하기로 했다.

전북대병원 이식팀은 뇌사판정위원회의 뇌사판정 후 정양의 심장과 간장, 신장 두 개를 적출, 이 중 심장과 신장 1개를 서울아산병원과 서울대병원에 보냈다. 정양의 심장은 지난달 30일 서울아산병원에서 확장성심근병증을 앓던 조모(3)양에게 이식됐다. 조양은 지난해에도 심장병으로 이 병원 응급실에 실려왔던 위급 환자였다. 수술은 성공적으로 이뤄졌고, 조양은 안정을 취하는 중이다.

31일 전북대병원에선 정양의 간장과 신장 1개가 다른 환자 2명에게 이식됐다. 정양의 아버지(42)는 "결혼할 당시 주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아 보답하는 의미에서 아내와 수 년 전 장기기증 서약을 했다"면서"자식 일이다 보니 결정이 쉽지 않았지만 진아가 허무하게 가는 것 보다 많은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것이 더욱 뜻 깊은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해 기증에 동의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또 "진아는 다섯 살 위 언니와 남다른 우애를 보였으며 목청이 크고 성격이 밝아 병원에 오기 전까지 힘차게 뛰어 놀던 활달한 아이였다"며 "딸의 밝은 성격이 새 생명을 받은 사람들에게 좋은 기운으로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전북대병원에서 신장을 이식 받은 환자의 어머니 정모(65)씨는 "자식이 11년간 투병생활하며 힘들게 살아왔는데 수술을 잘 마쳐 너무 기쁘다"면서 "큰 선물을 주고 떠난 진아 가족을 안아주고 싶고,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사랑을 나눠주며 살도록 노력하겠다"며 울먹였다.

신장이식을 집도한 전북대병원 유희철 교수는 "자녀를 잃은 큰 슬픔을 이기고 소중한 장기를 기증한 정양의 부모에게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면서 "이들의 아름답고 고귀한 선택이 많은 사람들에게 본보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전주=최수학기자 sh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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