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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월 3일] 직제 시스템도 개편하자

입력
2014.01.02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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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은 우리 고용시스템의 전환기라고 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한 변화의 시기이다. 과거 산업화 패러다임에 기초한 고용시스템으로부터 새로운 경제사회환경, 노동시장 환경에 적합한 지속가능하고, 공정하며, 효율적인 고용시스템으로의 전환이다. 고용시스템 전환은 대법원의 통상임금과 휴일근로시간 판결로 촉발되고 있다. 통상임금 판결(고정상여금 등의 통상임금 포함)로 기본급을 크게 인상하면서 임금체계를 단순화하고 새롭게 개혁해야 한다. 장시간근로도 개혁이 시급한 부분이다. 과거 남성 외벌이에서 맞벌이로 전환하면서 여성고용도 늘려야 하고, 중고령자들의 정년도 연장해야 한다. 또한 한 곳에서 일한 경력을 다른 곳에서 인정 받을 수 있어야 기업 간 노동이동이 가능해지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임금 표준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

이와 같은 중요한 사회적 변화, 고용시스템의 전환에 발맞추어 이뤄져야 할 고용시스템개혁 내용 가운데 아직 논의되지 않은 중요한 것이 있다. 이는 노동시장을 보다 공정하고 중고령자 친화적으로 개혁하기 위해 승진, 승급을 바탕으로 지나치게 단순화되어 있는 현재의 생애경력경로를 다양화하는 것이다.

대졸 사무직은 이제까지 모두가 승진을 바탕으로 한 단일한 생애경력경로를 밟아왔다. 대졸 신입사원은 일정한 경력을 쌓으면서 대리-과장-차장-부장-상무-전무의 경로가 형성돼 있다. 과거 고도성장기에는 자리가 많이 늘어나서 승진기회도 많았고, 승진도 빨랐다. 그러나 저성장시기에 접어들면서 회사 성장이 느려지고 조직이 노쇠해져 승진기회는 줄어들고 적체가 시작됐다. 대졸 신입사원 중 상당수가 차장까지는 승진했으나 부장 승진자는 줄어들고 이사승진자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결국, 대졸 사무직은 승진하지 못하면, 정년퇴직 전에 사표를 써야만 했다. 연공적 승진제를 바탕으로 한 직제에서는 대졸 사무직의 50대 초중반 퇴직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이제 이런 직제를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할 때가 됐다. 승진을 바탕으로 한 단일한 생애경력경로를 직무내용과 특성, 전문성, 책임성 등에 맞추어 일반관리직, 전문관리직(재무ㆍ회계, 마케팅ㆍ영업, 생산ㆍ서비스관리, 총무ㆍ인사 노무 등 5~7개 직군), 전문직(법무, 연구개발 등 2~4개 직군)으로 세분해 이들에게 별도의 생애경력경로를 만드는 것이다. 일반관리직은 소수의 뛰어난 관리자들이 고위관리직으로 승진할 수 있도록 하되 중간에 능력부족이나 실적 부진으로 사표를 써야 하는 정년이 보장되지 않는 직군이다. 전문관리직에 속하는 5~7개 직군의 생애경력경로는 대졸 신입사원 입사후 자기 전공에 따라 구분한 직군 속에서 차장 정도까지 승진하되 정년을 보장받는 것이다. 승진 직급이 제한돼 있어 연공적 임금상승도 상대적으로 낮거나 완만한 대신 정년보장을 받는 것이다. 회사를 옮겨도 경력을 인정받을 수 있으니 기업 간 노동 이동성도 보장된다. 생산직이나 서비스, 판매직 등 육체근로자들의 경우에도 일하는 직무내용, 숙련수준이나 능력 그리고 책임성을 포함한 포괄적인 직무내용에 따라 임금에 차등을 두고 승진이나 승급도 그에 비례하여 제한적인 직무와 임금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승진이나 승급은 숙련, 직무경험, 직무능력 등에 따라 2~5단계 정도의 별도의 생애경력경로를 갖되, 대졸 사무직보다는 승진, 승급의 경력경로가 짧을 것이다. 현재보다 임금의 연공성을 상당 폭 낮추되 그 대신 신입사원들에게 적용되는 임금을 더욱 올려야 한다. 또 다른 직무, 직종에서도 유사하게 임금, 승진, 승급 등 직제개편을 서둘러야 한다.

이런 변화의 불가피성이 사회적으로 수용되기 위해선 한편으로는 직무분류, 직무분석, 직무평가 등 고용과 직제 개편을 위한 산업공학적, 노동 시장적 인프라구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이런 개혁의 필요성, 목표, 방향에 관한 사회적 논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우리는 아직 이런 변화를 위한 출발 선상에 서 있다. 앞으로 갈 길이 멀다. 그러나 노정대립으로 그렇지 않아도 더딘 걸음이 발목 잡혀 있어 안타깝다.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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