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왜곡과 사실 오류 논란에 휩싸인 교학사의 한국사 교과서를 채택한 고교들에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이 잇따르고 있다. 경북 성주고, 성남 분당영덕여고, 파주 운정고는 교과서를 재선정하기로 했고, 수원 동우여고에서는 학생들의 대자보에 이어 교사의 '양심선언'까지 나왔다.
2일 성주고와 분당영덕여고, 운정고에 따르면 이들 학교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 사실이 알려진 후 학부모와 학생, 해당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항의가 잇따라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하기로 했다. 운정고 관계자는 "'1%도 선택하지 않은 교과서를 꼭 선정해서 아이들에게 친일 등 왜곡된 역사관을 가르쳐야 하느냐' '이 교과서로 공부했다가 수능에서 틀리면 어떡하느냐'는 등 학부모 비판이 많았다"며 "학생들에게 피해가 없고, 학생ㆍ학부모가 원하는 교과서로 공부할 수 있도록 교학사 교과서를 뺀 나머지 교과서 가운데 재심의를 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동우여고에서는 교과서 선정 과정에 외압이 있었다는 한 교사의 양심선언도 나와 논란이 되고 있다. 이 교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교학사 교과서 선택은 교사들의 뜻이 아니었다. 교과서 선정을 놓고 두 달 간 역사 교사와 관리자들은 어느 한 사람의 눈치를 봐야 했다"며 재단의 압력이 있었음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앞서 이 학교 학생들은 교학사 교과서 채택에 반대하는 내용의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6개 붙였지만 학교 측이 10분 만에 떼버렸다. 김명섭 교무부장은 "교과서 선정은 정상적인 절차를 거쳐 문제될 것이 없고, 대자보는 생활인권부의 검정필 조치를 받지 않은 것이라서 철수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서울에서도 창문여고가 교학사 교과서를 선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학교 교감은 "다른 교과서도 말썽이 많았는데 교학사 교과서를 쓰는 게 문제가 되느냐"며 "절차에 따라 선정했다"고 말했다. 한 창문여고 재학생은 "납득이 가지 않는 결정으로 채택 이유를 알고 싶다"며 "교학사 교과서로 배우게 될 1학년 후배들의 수능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수원 동우여ㆍ동원고, 여주 제일고, 대구 포산고, 울산 현대고는 교학사 교과서 채택을 철회할 방침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례없이 교학사ㆍ지학사 교과서를 동시에 채택한 전주 상산고 이종훈 교감은 학교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두 교과서를 비교해 역사적 사실과 역사 기술에 대한 탐구의 과정으로서 역사교육을 하기 위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이동백 전교조 전북지부장은 "그럴 바에야 일본 교과서를 가져다 비교하는 게 낫다. 어불성설이다"라고 일축했다. 전교조 경기지부는 도교육청에 교학사 교과서를 선택한 학교에 대한 특별감사를 요구하기로 했고, 이 밖의 지역 전교조 지부와 학부모ㆍ시민단체는 3일 해당 학교 앞에서 항의 기자회견을 갖는다.
김기중기자 k2j@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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