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씨는 중소기업 퇴직 후인 2011년 4월 '은밀한' 아르바이트에 나섰다. 한 보험대리점(GA) 과 보험설명회 자리를 마련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기로 물밑 계약을 맺은 것. A씨가 다니던 회사 동료들을 상대로 설명회 자리를 만들기도 하고, 이웃 주민을 끌어 모으기도 했다. A씨를 포함한 5명이 보험대리점에 주선해준 설명회는 1년간 수십 여건. 이 보험대리점은 설명회를 통해 특정 생명보험사의 저축보험 330건을 팔았고, A씨 등은 대가로 모두 8,100만원의 수수료를 챙겼다.
또 다른 보험대리점에 소속된 보험설계사 B씨는 자신이 모집한 보험계약 276건을 회사측이 모르게 다른 보험대리점 소속 보험설계사 C씨에게 넘겼다. C씨가 소속한 보험대리점이 더 높은 수수료를 제공했기 때문. 실적을 올려준 대가로 B씨는 C씨로부터 모집수수료 8,300만원을 받았고, 보험 계약자들은 가입과 동시에 보험설계사가 바뀌었다.
GA들의 불법영업이 도를 넘고 있다. 일반인을 통한 불법 모집이나 보험설계사간 실적 밀어주기, 그리고 탈세와 고객정보 불법 매매까지. 그 피해는 고스란히 보험 계약자들에게 전이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일 보험 모집 자격이 없는 일반인으로부터 고객을 소개 받은 뒤 수수료를 제공하는 등 불법 영업을 해온 메가, 비비본부, 에프엠피파트너즈, 아이앤에스포, 엠에이치라이프 등 GA 5곳에 대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와 60일 영업정지 등의 중징계를 내렸다고 밝혔다.
GA는 여러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맺고 다양한 상품을 판매한다. 대형 GA일수록 보험사로부터 높은 판매수수료를 지급받는다. 이 때문에 중소형 GA들에선 일반인을 통해 보험을 모집하거나 보험설계사 간에 실적을 밀어주는 등 불법적인 실적 부풀리기가 횡행한다. 현행법상 보험사와 위탁계약을 체결한 GA나 소속 보험설계사 외에 타인에게 보험 모집을 하게 하거나 모집수수료를 지급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GA시장이 커지면서 보험 매출경쟁이 과열됐다"며 "매출규모가 큰 GA일수록 보험사로부터 받는 수수료가 높기 때문에 매출규모를 키우려고 불법영업도 서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실적을 올리려고 '자기계약'에만 매달리는 곳도 많다. 사랑에셋, 해담, 하이스트 등은 자기 법인 명의와 소속 설계사의 친인척 명의로 된 계약(자기 계약)이 전체 계약의 50%가 넘은 사실이 당국에 적발돼 작년 말 등록이 취소됐다.
탈세 의혹도 꾸준히 제기된다. GA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피플라이프, 유퍼스트 등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GA 소속 고소득 설계사들의 수입을 친인척 등으로 분산 처리해 소득세율을 낮춰 법인세와 개인소득세를 탈루한 혐의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메리츠화재 등 보험회사 직원으로부터 16만4,000여건의 고객 정보를 불법으로 빼내 고객모집에 나선 GA들도 당국 조사를 받았다.
GA들이 비리의 온상이 되면서 금융당국도 조사 강도를 높일 방침이다. 금감원은 지난해 말 5,000명 이상의 보험설계사가 소속된 대형 GA 4곳에 대해 정밀검사를 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대형 GA 검사결과 심각한 비리가 발견돼 제재 수위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GA의 부당영업행위는 보험상품의 불완전판매로 연결될 수 있어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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