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의 질을 따져야 할 때
매년 연초 보험수가가 오르고 보험료도 얼마씩 인상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 문제들이 해소되지 않아 국민과 의료계 모두는 불만을 토한다. 국민은 좋은 품질의 의료 서비스를 경험해야 보험료 인상에 동의한다.
의약품과 의료기기의 안전성과 유효성 등은 국가가 관리하고 사후평가도 한다. 서비스ㆍ만족도 평가, 인증제 등을 통해 의료 비용, 병원 시설, 의료 정보를 관리한다. 그렇다면 의료인의 질에 대해서는 어떤가. 국민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과 현장은 단순하지 않다. 소위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으며 뽑혀 치열한 경쟁 끝에 대학병원에 남아 전문의 수련까지 마친 의료 인력에게 무슨 문제가 있기에 국민과 이토록 괴리가 있을까.
명의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많은 실험에 근거한 경험의 산물이며 의학 서적은 경험의 기록이다. 이런 점에서 보건의료 기술과 지식은 당연히 공익적이다. 따라서 의료인은 매일 최선의 결과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하는 사람이며 높은 윤리 기준을 가지고 진료에 임한다.
그러나 정부는 의료인 양성에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보험재정 관리자로서 의료 서비스는 정부의 규제를 받으라고 한다. 과연 정부가 그런 말을 할 권한이 있는가.
병원협회, 의료기관평가인증원,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여러 기관이 자기 존립을 위해 의료기관과 의료인을 그 중심에 놓고 각종 심사와 평가를 실시한다. 그러나 정작 중요한, 사람을 키우고 배치하는 정책은 소홀히 한다. 좋은 인성을 지닌 사람을 선발하고 교육시키는 것이 대학의 몫이고 의료인이 생활 여건이 좋은 도시 지역으로 몰리는 것은 사회 문제이니 나 몰라라 한다.
미국은 메디케어(의료급여), 메디케이드(건강보험)에서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재원을 지원해 정부가 필요로 하는 1차 의료 등의 의사 인력을 만든다. 그 재원의 2배쯤을 병원 전공의 규모에 따라 수가를 가산해 준다. 농어촌 등 취약 지역에 근무할 의료인력을 따로 교육시키고 장학금을 지원하고 수가를 높게 책정하는 선진국도 많다. 보건의료 정책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수가 외에 인력 정책이 필요하다. 2000년대 초까지 의료기관의 분포, 입학 정원 확대, 전달 체계 개선 등으로 ‘3시간 대기 3분 진료’로 일컫는 문제를 해결했다면 이제는 양질의 의료 인력을 만들고 적절한 곳에 배치하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의료 인력 정책과 관련한 국가의 리더십과 거버넌스를 회복하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몇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국가의 인력 중장기 기본 계획을 만든다. 진료 외에 교육과 연구 인력도 포함한다. 둘째, 의과대학, 수련기관, 연구기관 등 교육ㆍ보건ㆍ연구 부처로 나뉜 의료 인력 정책을 총괄, 평가하는 기구와 법령을 만든다. 셋째, 양질의 의료 인력 양성을 위해 보험재정 및 예산을 투입한다. 1차 의료, 응급, 분만을 담당하는 인력 확보를 위한 재정 투입의 법적 근거도 마련한다. 마지막으로 의료 인력 개발과 관리에 지자체의 참여와 책임을 확대시켜 실효성을 증대시켜야 한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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