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2급에서 재심사를 받아 3급으로 바뀐 뒤에는 무료로 이용하던 장애인 콜택시를 탈 수 없게 됐어요. 여전히 전동휠체어가 아니면 이동할 수 없는데 장애 등급이 낮다는 이유로 도움을 못 받고 있습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연대)가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기자회견을 가진 2일 서울 광화문광장. 뇌병변장애를 가진 김진주(27)씨는 온몸을 비틀며 힘겹게 말했다.
김씨는 여섯 살이던 1993년 뇌성마비로 장애2급 판정을 받았지만 2010년 재심사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보행 및 일상생활 동작 평가에서 몸 상태가 호전됐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여전히 김씨는 전동휠체어가 아니면 이동이 불가능하다. 이의신청을 통해 3급으로 등급이 조정됐지만 활동보조 서비스 신청 자격은 사라졌다. 장애인 콜택시를 무료로 이용하거나 간병인을 신청하는 등의 활동보조 서비스는 장애2급까지 신청할 수 있다.
이날은 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2012년 8월 21일부터 김씨 같은 장애인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를 요구하며 광화문 지하도에서 천막농성을 시작한 지 500일을 맞는 날이었다. 기자회견은 지난 활동을 정리하고,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농성을 계속할 것을 선언하는 자리였다.
장애등급제는 장애 등급에 따라 정부,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하는 복지 서비스에 차별을 두는 제도다. 부양의무제는 장애를 가져도 부모 배우자 등 부양할 사람이 있거나 이들의 소득이 최저생계비의 130% 이상이면 수급권자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박경석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한정된 자원을 배분해 중증 장애인에게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는 정부의 논리는 비합리적"이라며 "지체 장애인과 시각 장애인은 요구하는 바도 다르고 겪는 어려움도 다른데 의학적 기준에 따라 장애 등급을 나누고 획일적으로 지원하는 건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일상생활에서 겪는 어려움은 크게 다르지 않지만 1ㆍ2급과 달리 3ㆍ4 급 판정을 받은 장애인은 장애인 연금도 받을 수 없고, 도시가스 요금 등의 공공요금 감면 할인도 받을 수 없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달 서울 관악구에서 1급 지체장애 아들(17)을 둔 아버지가 아들을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을 예로 들며 "부양 의무자인 아버지가 살아 있는 한 장애인 아들이 기초수급자가 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장애인을 돌볼 의무를 국가가 가족들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형숙 장애등급제ㆍ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 집행위원장은 "이 두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공약한 박근혜 대통령은 농성이 500일이 됐는데도 약속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1, 2등급이 아니면 활동보조 서비스도 받지 못하게 해 장애인을 죽음으로 내모는 제도를 폐지하기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덧붙였다.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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