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무용단이 달라졌다.
지난해 10월 '춤, 춘향'이 국립무용단 51년 역사상 처음으로 매진됐다고 했을 때도 그저 국립발레단의 '지젤'과 매일 무대 세트를 새로 제작해 가며 번갈아 공연한 교차 편성 덕분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패션 디자이너 출신의 정구호 연출가가 참여한 '묵향', 젊은 무용수들이 주축이 된 '윈터드림' 등도 이후 잇달아 흥행에 성공했다. 국립무용단이 '어렵고 지루한 춤'이라는 한국무용의 이미지를 떨쳐 내고 '젊고 세련된 춤'의 새 옷을 입고 있다. 국립극장이 레퍼토리 시즌제를 본격 도입한 2012~2013 시즌 국립창극단의 파격이 돋보였다면 2013~2014 국립극장 시즌제의 진화를 이끄는 중심은 국립무용단이다.
▦모던하게 관객과 통한 무대
지난해 12월초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공연된 '묵향'은 그야말로 전통의 통념을 깬 공연이었다. 의상은 분명 한복이되 고름이 없었고 치마는 페티코트로 부풀린 중세 서양의 드레스처럼 봉긋했다. 무대 배경과 짝을 이룬 분홍ㆍ노랑ㆍ초록의 화사한 색감은 눈을 즐겁게 했다.
그간 국립무용단이 고수했던 서사적이고 극적인 스토리도 버렸다. 고 최현의 유작인 '군자무'를 재창작한 공연은 사계절을 상징하는 사군자를 각각의 장으로 나눠 이에 어울리는 무용수들의 호흡과 춤사위의 미세한 움직임을 담았다.
공연의 안무를 맡았던 윤성주 국립무용단 예술감독은 "한국 춤에 내재된 정중동의 미학이 1,500석 규모의 대극장 무대에서도 깊은 울림으로 승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고 말했다.
현란한 연출에 정작 춤은 가려졌다거나 지루하다는 부정적 평가도 있었지만 국립무용단이 마침내 대중과 소통하기 시작했다는 데에는 이의가 없었다. 사흘 공연의 평균 객석 점유율은 83%였다. 매진된 '춤, 춘향'을 제외한 지난해 국립무용단 공연(해오름극장 기준)의 평균 객석점유율은 61.5%, 2012년 평균 객석점유율은 61%였다.
▦DJ, 외국인 안무가도 신작 참여
국립무용단은 올해도 전통 춤의 현대적 계승을 위한 시도를 이어간다. 포문은 실험성 강한 '국립무용단 컬렉션'으로 연다. 1월 중 젊은 무용수 장현수, 조재혁, 조용진이 각각 안무ㆍ출연하는 '팜므파탈'(10, 11일) '이상증후군'(17, 18일) '기본활용법'(24. 25일)을 KB국민은행청소년하늘극장에 올린다. 이 중 '기본활용법'은 국립극단 막내 단원 조용진(29)이 DJ 소울스케이프 등 다른 장르의 예술가들과 함께 꾸리는 무대다.
4월에는 핀란드 안무가 테로 사리넨과 함께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조화를 시도한 '퀘스트'(가제)를 공연한다. 국립무용단이 해외 안무가에게 안무를 맡기는 것은 처음이다. 사리넨은 현대무용가지만 유독 발에 무게 중심을 둔 움직임이 많아 한국무용과 맞닿은 점이 있다. 이미 지난해 두 차례 방한해 단원들과 워크숍을 마친 상태다.
6월에는 현대무용가 안성수가 참여한 지난해 초연작 '단'의 재공연, 11월에는 윤 예술감독과 정구호, 안성수가 협업하는 신작 '더 게임'이 예정돼 있다. 윤 예술감독은 "대규모 인원이 동원되는 대작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그간의 한정적인 국립무용단 레퍼토리로는 관객의 요구에 부합하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라며 "타장르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중극장 규모의 다양한 작품 개발 등을 통해 레퍼토리를 풍성하게 하는 게 최우선 목표"라고 말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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